[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 종목은 프로야구지만, 국가대항전으로 확대하면 축구가 단연 최고다.
대한민국의 축구는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전 국민이 즐기는 콘텐츠로 성장했다. 그때의 영광과 환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축구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관심은 너무나 뜨겁다. 하지만 국민적 열정에 비해 대표팀을 총괄하는 대한축구협회의 수준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 축구는 최근 부침의 연속이었다. 지난 1960년 제2회 대회 이후 64년 만의 우승을 노렸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약체' 요르단에 패배하며 준결승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후 '주장' 손흥민(토트넘)에게 '후배'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하극상을 벌이는 잡음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아시안컵 전지훈련 당시 돈을 걸고 카드놀이를 하기도 했다. 유니폼 뒷거래 의혹도 불거졌다. 아시안컵에서 '졌지만 잘 싸웠다'는 팬들의 위로도 잠시,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이슈들이 연이어 드러났다.
카타르라는 낯선 나라에서 힘든 경기를 치르는 태극전사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6시간의 시차를 이겨내고 응원했던 축구 팬들은 말할 수 없는 허탈감을 느꼈다. 당연히 축구협회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커져갔다.
전부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지만, 침몰하는 배에서는 각종 사건 사고가 터지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 수습하고 해결하느냐다. 문제는 한국 축구의 간판과도 같은 축구협회가 전면에 나서 대응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처음엔 적극적인 대응도 하지 않았다. 언론이 사실 확인을 위해 축구협회에 접촉했으나 연락이 쉽게 닿지 않았다. 기자들 사이에선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담당자와 통화가 되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이후 사건사고가 계속 터지면서 축구협회는 '입장문'을 냈지만 속 시원한 사실 공개보다는 핑계와 변명만 늘어놨다. 팬들의 불신만 키웠다.
'임시 사령탑'인 황선홍 감독 체제를 맞은 축구 대표팀은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축구협회에 대한 신뢰는 잃었지만, 국가대표 선수들 응원하기 위해 이날 경기장에는 6만4912명의 관중이 현장을 찾았다. 현장에는 '그냥 대가리 박고 뛰어. 응원은 우리가 할테니'라는 걸개가 걸렸다.
동시에 '몽규 OUT', '몽규가 있는 축협에게 미래는 없다' 등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물론 축구협회 수뇌부를 비판하는 걸개도 여러 개가 걸렸다. 팬들은 경기 내내 '정몽규 나가'라는 구호까지 외쳤다.
축구협회는 태국전 결과와 구름 관중 동원을 핑계로 아시안컵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들이 일단락됐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또 축구협회를 향한 비판이 이날 경기로 끝날 거라는 착각을 해서도 안 된다.
국민들과 팬들은 이번에만 목소리를 내고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아시안컵 사태로 더욱 축구협회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두고 지켜볼 것이기 때문이다.
축구협회는 국내 최고의 스포츠 단체다. 한국 스포츠 최상위 기구인 대한체육회와 위상이 맞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정도의 인기와 위상에 걸맞은 프로의식을 재무장해야 할 때다.
축구협회의 존재 이유와 가치에 걸맞지 않은 인물들을 과감하게 쳐내야 하는 건 물론, 수뇌부부터 말단 직원까지 마인드를 갈아엎어야 한다. 국가대표를 총괄하는 조직인 만큼 '국가대표'에 걸맞은 마인드셋이 필요하다.
아울러 한국 축구는 정 회장이나 대표팀 감독도 아닌, 국민 모두의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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