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주말 한국 송환…남부지검 이송
檢, 체포 후 곧바로 구속영장 청구할 듯
피해자들 "숨겨놓은 수조원대 압류해야"
법조계 "범죄수익 동결·증권성 판단 난항"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국산 가상화폐(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의 한국 송환이 확정되면서 검찰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피해자들은 은닉 가상자산 압류를 주장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가상자산 범죄수익 전액 몰수·보전과 코인의 증권성 인정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檢, 권도형 한국 도착하자마자 체포 및 구속영장 청구할 듯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의 확정 판결로 권 대표는 이르면 오는 주말인 23~24일 한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높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복역 중인 권 대표의 형기가 오는 23일 만료돼서다. 형기를 마치면 한국행 비행기를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권 대표가 한국에 도착하면 바로 테라·루나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 현지에서 함께 체포된 측근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이후 바로 서울남부지검으로 압송됐다.
◆테라·루나 사태란? 2022년 5월 테라폼랩스에서 발행한 가상자산 테라와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자매 코인인 루나가 대폭락한 사건이다. 루나 코인 폭락으로 시가총액 약 50조원이 증발하면서 전세계 투자자들의 천문학적 규모 피해가 발생했고, 테라폼랩스 일당은 최소 4629억원 이상 이익을 챙긴 것으로 검찰은 추산하고 있다.
검찰은 권 대표가 한국에 도착하는 대로 체포한 후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라·루나 피해자들이 20만명에 달하고, 도주의 우려가 큰 만큼 한 CFO처럼 구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이 권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면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테라·투나 투자 피해자모임은 이날 카페에 올린 성명을 통해 테라 프로젝트 초기에 투자했던 벤처캐피털(VC) 기업, 코인 거래소, 블록체인업체들도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또 권 대표가 숨겨놓은 가상자산부터 신속히 압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모임은 "권도형이 설립한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LFG) 소유의 자산이 비트코인 상승으로 현재 5조원에 가까운 자산이 형성돼 있을 것"이라며 "권도형의 숨겨놓은 가상자산을 신속히 압류해 처분하고 국내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에 최우선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범죄수익 동결·증권성 여부 판단 '난항' 예상
법조계는 크게 두 가지를 우려하고 있다. 하나는 권 대표가 숨겨놓은 가상자산 범죄수익 전액을 찾는 과정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별위원회 소속 권오훈 변호사(차앤권 법률사무소)는 “본인 계좌에 돈이 들어있던가 다른 계좌로 옮겨놨든가 한다면 동결시킬 수 있는데, 코인은 그런 개념이 아니다. 블록체인상 지갑이 어딘가에 있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자산이 가상자산화 돼 있을 것 같아서 설령 압류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실체를 찾아서 동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권 대표와 신 전 대표 등 테라폼랩스 전현직 임직원 10명의 부당이득을 환수하기 위해 2468억원대 재산을 추징보전해 놓은 상태다.
또 다른 문제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성립 여부를 가를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놓고 검찰과 이들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권 대표와 함께 테라폼랩스를 창립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측은 첫 재판에서 "루나는 증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테라·루나를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해 신 전 대표 등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상태다.
권혁 LKB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사기 혐의는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까지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놓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라며 "사기죄에서 아무리 형량을 가중한다고 하더라도 최대 30년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모임은 "권도형의 사기 실체의 전말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미약한 처벌에 그친다면 권도형을 지켜주고 보호해주려고 국내로 데려왔다는 전세계적인 비난을 받으면서 한국은 가상자산 범죄자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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