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기자협회 등 대통령실 앞 회견
"언론 전체에 테러협박…이게 말실수냐"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언론 현업단체가 18일 용산 대통령실 앞을 찾아 '기자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이 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해임을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은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황 수석 발언에 대해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에 대한 거대한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과 필요 없다. 대통령은 테러 협박 수석을 즉시 해임하라'고 적힌 현수막 앞에 '4줄 사과 필요 없다' '황상무를 해임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황 수석의 사과문을 거론하며 "그의 발언은 MBC를 포함한 한국 언론 전체를 대상으로 한 테러 협박 범죄이며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 방송법 4조 위반이고 고(故) 오홍근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범죄"라며 "이토록 위중한 혐의가 어떻게 말실수이며 사과문 몇 줄로 마무리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황 수석의 발언은 언론자유를 보장한 헌법 파괴는 물론이고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켜야 할 공직자의 기본을 저버린 것으로 헌법수호와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통령의 책무와도 충돌한다"며 "황 수석을 지금 즉시 해임하라. 해임만이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길이다"고 했다.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은 "황 수석은 농담이라는 발언으로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며 "하지만 언론인 모두에게는 이건 농담이 아니고 바로 우리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협이자 공포,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에 대한 거대한 탄압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도 "이 문제는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이념적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로 갈 것이냐 독재국가로 갈 것이냐 하는 보편적 민주주의 문제와 맞닿아있다"며 "대통령실은 답하라. 대한민국이 독재 국가가 아니라면 테러 협박 수석을 지금 해임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황 수석은 지난 14일 MBC 기자를 포함한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점심식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며 군 정보사의 오홍근 기자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했다.
또한 이 식사 자리에서 5·18과 관련해 "훈련받은 누군가 있지 않고야 일반 시민이 그렇게 조직될 수 없다"며 북한 배후설도 거론했다고 한다.
논란이 일자 황 수석은 발언 이틀 뒤 사과했지만 거취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도 이날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냈지만, 황 수석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야권 뿐 아니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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