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변동률 높으면 인위적으로 낮추도록 지시 혐의
125회 걸쳐 서울·인천·경기 지역 매매와 전세가격 변동률 조작
수정된 변동률, 맘에 안 들면 재수정 지시하기도
부동산원 임직원들, 12회 걸쳐 사전 보고 중단 요청…靑, 예산 삭감으로 압
[대전=뉴시스]김도현 기자 = 문재인 정부 시절 주택통계를 비롯한 고용과 소득 등 각종 국가통계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은 14일 직권남용, 통계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11명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김수현 전 실장과 김현미 전 장관 등은 2021년 8월까지 미리 보고받은 주택가격 변동률이 높으면 인위적으로 낮추도록 한국부동산원 임직원을 압박하는 방법으로 125회에 걸쳐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의 매매·전세 가격 변동률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약 4년 6개월 동안 관계 법령에 따라 부동산원이 매주 1회 국토부에만 보고하던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을 사전에 파악, 정부 부동산 대책 효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공표 전 대통령비서실에도 주 3회 보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전에 국토부에서는 매주 목요일 언론에 배포되는 변동률을 전날인 수요일에 보고받았지만 주중에 변동률 조사를 추가로 실시, 중간값 성격으로 산출한 ‘주중치’와 주간 조사 후 통계 작성 과정을 마치지 않은 ‘속보치’까지 3종류의 변동률을 사전 보고하게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부동산원으로부터 주택통계를 미리 보고받고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원하는 수치가 나올 때까지 재검토를 지시하는 방법으로 변동률을 바꿨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작성 중인 통계 또는 작성된 통계를 공표 전에 변경하거나 공표 예정 일시를 조정하기 위해 통계종사자에게 영향력을 해서는 안 되며 이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당시 부동산원 임직원들은 사전 보고가 부당하다며 12회에 걸쳐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는 부동산원 예산 삭감 등으로 압박하며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토부 및 부동산원 관계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사전 보고를 폐지하면 부동산원 예산이 없어질 텐데 괜찮겠냐”는 등 취지로 말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비서실은 지난 2018년 8월 24일 발표될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중간 상황이 0.67이라고 보고받자 이를 낮추도록 지시했고 3일 뒤 0.47로 낮아진 변동률을 다시 보고받았으나 더 낮추라고 지시, 0.45로 낮추게 해 공표한 것으로 파악됐다.
변동률 조작은 대통령 취임 2주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부동산 주요 대책 등 전후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거래당사자들이 실거래 후 정부에 직접 신고한 실거래가격 상승률(81%)과 주간 주택가격 상승률(12%)이 큰 격차를 보였고 과거 KB변동률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으나 조작 이후 최대 30%P 격차가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조작된 변동률 때문에 시장 상황을 오판하게 됐고 사회에 축적돼 온 국가통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으며 주택 거래에 심대한 혼란을 끼쳤다”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국토부 예산 368억원이 투입됐으나 변동률이 인위적으로 조작돼 통계로서의 기능을 상실하는 등 막대한 세금이 허비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 등 고위 관계자들이 국가통계를 보호해야 할 책무를 저버리고 정부 정책 성적표로 치부해 입맛에 맞게 조작한 최초의 통계법 위반 사례”라며 “고위 관계자가 연루된 조직적 및 권력형 범죄임을 규명했고 국가통계 보호를 위해 처벌 규정의 낮은 법정형과 처벌하는 행위 유형 공백이 발견돼 입법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상조 전 실장과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은 2019년 10월 비정규직 근로자 증가 추세가 계속되자 정책 실패라는 비난 여론을 피하고자 비정규직 파악과 관계없는 다른 통계조사 방식 때문에 비정규직 수치가 증가한 것처럼 왜곡된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더불어 홍장표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은 가계소득 통계조사 결과 소득 불평등이 역대 최악으로 나타나자 이를 정당화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통계청에 불법적으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통계 기초자료를 제공하게 했다.
검찰은 정부가 이를 토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로 개인 근로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고 임의로 해석해 정책성과 홍보에 활용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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