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배상안에…은행 "과하다" vs 고객 "늘려라"

기사등록 2024/03/14 10:36:03 최종수정 2024/03/14 11:21:28

금융당국 기준안에 판매사 난색, 시뮬레이션과 법률검토 병행

가입자는 100% 완전배상 요구, 15일 집회 열고 비중 상향 촉구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홍콩 H지수 ELS 검사결과 및 분쟁조정기준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4.03.11.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에 대한 분쟁조정기준안을 제시하자 판매사와 가입자 양측에서 모두 반발하고 있다. 상품을 판매한 금융사들은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 측면에서 이번 배상안 비중은 과도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은 금융사의 불완전판매로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됐다며 100% 배상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 ELS를 판매한 은행들은 당국의 배상 가이드라인에 맞춰 비중별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면서 법률 검토를 병행하고 있다. 향후 예상되는 배상 규모를 계산하는 한편, 이번 배상안 산정 방식이 앞선 판례 등에 비춰 적절한지 여부 등을 따져보는 중이다. 앞서 은행권은 향후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에 대비해 김앤장과 화우, 율촌과 세종, 광장 등 대형 로펌들과 잇달아 자문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배상에 들어갈 비용을 추산하고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야 하겠지만 결국은 당국의 지침을 대체로 따라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당국에서 제시한 기준이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이란 측면에 비춰 높은 비중이라 아쉬운 부분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에 적용되는 핵심성과지표(KPI)로 인한 실적 경쟁과 일부 불완전판매는 사실이고 이번 계기로 분명히 개선할 문제"라며 "하지만 청력이 약한 노인처럼 이례적인 경우로 대다수 선량한 투자자들이 악독한 판매사에 당한 것으로 몰리는 건 과도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금융권 입장에 맞서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은 완전 배상을 요구하며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이다. 당국에서 제시한 배상 비중은 대다수 20~60%로, 업계는 평균 40% 안팎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홍콩 ELS 피해자 모임은 오는 15일 정오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본점에서 '대국민 금융사기 계약 원천 무효'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해당 모임 온라인카페 가입자는 6700명을 넘어선 상태다.

길성주 ELS 피해자모임 위원장은 "은행으로 바통이 넘겨져 앞으로 배상을 하겠지만 수개월이 걸릴 텐데, 기준이 합당하지 않으면 집단분쟁조정에 들어가고 그래도 안 되면 집단소송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길 위원장은 "당국의 배상 기준은 판매사 귀책사유 비중이 낮고 차감 폭이 크다"며 "금융사는 불완전판매가 일부라고 하지만, 피해자들을 보면 90% 이상이 안전하고 손실이 없다는 설명에 속아서 가입한 금융범죄 사건이란 게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은행들의 고의적인 금융사기로 유례없는 대형사고가 났기 때문에 가중처벌하고 징벌적 배상을 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은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으면 종합해서 들어야 하는데, 앞서 재차 피해자들의 입장을 보냈지만 어떠한 소통 과정도 없이 이번 배상기준이 나왔고 그 내용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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