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위치한 방사선감시소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인 2012년 설치
"국토 최남단, 영향 신속 감지하는 중요 입지"
[제주=뉴시스]임소현 기자 = 우리나라 국토의 가장 남쪽에는 일본 등 국외로부터 방사능 영향을 받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는 '요새'가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워진 '마라도 방사선감시소'의 데이터가 쌓인 지 만 10년이 넘었다. 그야말로 최전방에서 방사능 영향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그곳을 직접 찾았다.
지난 8일 오전 찾은 제주 서귀포시 모슬포 운진항. 그 곳에서 알록달록한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2층 갑판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15분쯤 지났을까. 저 멀리 낯선 섬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워질수록 눈을 의심케 하는 신비의 섬, 마라도다. 마라도는 대한민국 최남단에 위치한 섬이다. 제주도로부터 남쪽으로 약 11㎞ 떨어진 섬.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봤지만 가볼 엄두를 내지는 못했던 섬이다.
마라도는 해안선을 따라 걸으면 같은 자리로 돌아오기까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작은 섬이다. 면적은 0.3㎢, 해안선의 길이는 4.2㎞이다. 25분간의 짧은 항해를 마치고 살레덕 선착장에서 내려 조금 더 남쪽으로 걸어내려간다. 바다 앞 마지막 길목에는 '대한민국 최남단비'가 세워져있다.
그리고 그대로 뒤를 돌면 벤치와 서귀포해양경찰서 마라출장소 사이로 방사선감시소가 자리한다. 우리나라의 가장 남쪽, 일본을 포함해 국외로부터 방사능 영향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알 수 있는 최전방에 세워진 '요새'인 셈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듬해인 2012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국토 최남단 섬인 마라도에 방사선감시소를 설치했다. 국외로부터 방사능 영향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최인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환경방사선감시평가실장은 "마라도 방사선감시소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듬해인 2012년도에 설치해 실제 데이터 수집은 2013년에 시작했다"며 "국토 최남단에 위치해 국외 방사능 영향을 신속하게 알 수 있는 중요한 지리적 입지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그마한 몸집을 가진 마라도 방사선감시기는 환경방사선 준위를 연속적으로 감시해 국내외 방사선 비상사태를 조기에 탐지할 수 있다. KINS는 이 감시기가 보내주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보며 이상이 있는지 감시하게 된다.
송명한 KINS 환경방사선감시평가실 책임연구원은 "감시기 주변공간, 즉 지표, 지각, 지하, 공기 중의 감마선을 측정해 그 양을 나타내주는 것"이라며 "감시기 반경 10m 이내에 시간당 11마이크로시버트(uSv) 정도의 방사성 물질(Cs-137 기준)이 존재할 경우 유의미한 수치(보고기준 0.1 uSv/h) 감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감시소 3년 평균값이 +0.1 uSv/h를 초과하면 KINS는 원인을 규명해 원안위에 보고해야한다.
이날도 감시기 모니터에는 '정상'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대한민국 국토의 가장 남쪽, 마라도의 거센 바닷바람과 뒤섞인 어렴풋한 짠내가 감도는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셨다.
원안위와 KINS는 현재 238개소인 '국가 환경방사선감시망(IERNet)'을 올해 6개소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말 244개소가 운영될 전망이며, 2028년까지 296개소로 확충할 계획이다.
최인희 실장은 "감시소는 국내외 원자력 사고를 조기 탐지할 수 있다"며 "아직 소외된 부분이 있고 인구 밀집지역 등을 고려했을 때 확충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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