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투자로 '깡통주택' 190세대 취득
위조 계약서 제출해 HUG보증보험 가입
피해자 "HUG도 '묻지마 보증취소'…경제적 살인"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무자본 갭투자로 '깡통주택'을 취득·임대해 임차인 149명의 보증금 18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가 첫 공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4단독(판사 이범용)은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49명으로부터 임대차 보증금 명목으로 총 183억6550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위조한 임대차 계약서 36장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제출한 혐의도 받는다.
A씨 측은 "공소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범죄 사실 기재 내용 중 롤스로이스는 A씨가 아니라 주범이 타고 다닌 것"이라며 "현재 피해회복을 위해 A씨가 가지고 있던 사업체의 물건과 A씨 가족들의 집을 다 내놓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A씨 측은 A씨에게 범행을 제안한 인물인 B씨에 대해 증인 신청을 재판부에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날 법정에는 A씨로부터 전세 사기를 당한 피해자 40여명이 찾아와 재판을 지켜봤다. 재판 도중 A씨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터뜨리자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A씨는 자기자본 없이 임대차 보증금과 담보대출금으로 건물을 인수하는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깡통주택 190가구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결과 A씨는 피해자들의 보증금으로 건물을 인수하거나 채무변제 등에 사용하는 등 '돌려막기'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또 담보채무와 보증금 합계가 건물 가치보다 많아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워지자 보증금 액수를 낮추는 등 위조한 전세 계약서 36장을 HUG에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뒤늦게 허위 서류임을 인지한 HUG는 A씨가 소유한 건물들의 보증보험을 취소했다.
이날 법정을 찾은 피해자 C씨는 "오늘 재판은 A씨에 대한 재판이기도 하지만 사실 HUG한테도 보증서 사기를 당한 것이다"면서 "민간임대주택에관한특별법에 따라 임차인의 보증금에 대해 보증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보증서를 국가기관이 마음대로 취소한다면 누가 전세를 믿고 살겠는가"고 호소했다.
이어 "HUG 측에선 임차인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임대사업자의 약관을 들면서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에게는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묻지마 전세보증보험 취소'를 했다"며 "HUG로부터 경제적 살인을 당한 피해자들 중 휴직을 내고 사건에 매달린 분들도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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