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알리익스프레스·테무를 비롯한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국내 소비시장 장악력이 심상치 않다. 고물가와 불황 속 '초저가' 정책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빠른 속도로 흡수하고 있다.
실제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지난달 월간 앱 사용자 수는 818만명으로, 1년 전 355만명과 비교해 130% 증가했다.
테무의 지난달 월간 앱 사용자 수도 581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들의 가파른 성장세 배경으로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꼽힌다. 지난해만 국내 시장에 1000억원을 투자한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한국 내 물류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어 고객 센터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국내 입점 판매자를 공개 모집하면서 입점·판매 수수료를 면제한다는 파격 조건까지 내걸었다.
심지어 한국상품 전용관을 만들어 식품 판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대표 업체들도 입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알리익스프레스의 영향력은 더욱 방대해질 전망이다.
테무는 신규 고객을 초대한 가입자에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했는데, 많게는 수십만 포인트를 수령하는 가입자가 있을 정도로 성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끊이지 않는 짝퉁(가품) 논란이다.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기본적으로 가품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구매한다"며 "10개 중 1~2개 제품만 건져도 성공"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 불만은 데이터에 고스란히 담겼다.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알리익스프레스 관련 소비자불만은 2022년 93건에서 지난해 465건으로 5배(400%)나 늘었다. 특히, 올해는 1월에만 150여건이 접수돼 2000여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들 기업은 국내법을 교묘하게 피해 '광고' 표시 없이 광고성 문자나 앱 푸시 등을 무분별하게 소비자들에게 보낸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최근 일리익스프레스는 한복 카테고리에 중국 한족 전통 의상인 '한푸'를 팔아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은 한복이 '한푸'에서 유래됐다는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이 역시 '한복 공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또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 문양의 상품도 다양하게 검색된다. 이밖에 낯 뜨거운 이미지와 영상이 노출되고 성인용 상품이 아무런 인증 없이 검색되거나 판매되고 있다.
이에 대한민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서는 등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법으로는 해외 이커머스 사업자를 제재할 명확한 규정이 없다.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한 중국 이커머스 업계의 자정능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를 '한국 현지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밝혀왔다.
현지화란 기업이 기존에 일률적으로 생산·판매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환경과 문화에 맞게 상품을 공급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이러한 현지화 작업은 해당 국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바탕이 될 때 가능하다.
그러나 알리익스프레스는 한복 공정부터 욱일 문양의 상품 판매 등으로 한국 국민의 '역린(逆鱗)'을 계속 건드리고 자극하고 있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도 한국 시장에서 국민 정서를 파악하지 못한 채 자사 비즈니스 모델을 고수하다 결국 쓴잔만 마시고 짐을 싸기도 했다. 현지화 전략을 등한시한 대가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측에 위해 제품을 막기 위한 자율협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11번가를 비롯한 국내 이커머스 기업은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위해 제품 유통·판매 차단 및 차단된 제품의 재유통 방지', '위해 제품 리콜이나 시정조치에 대한 소비자 정보 제공', '정부의 위해 제품 관련 요청사항 및 제품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 성실 이행에 협력' 등을 약속했다.
알리익스프레스를 포함한 중국 이커머스 기업은 이를 적극 수용해 개선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는 한국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현지화 전략'의 중요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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