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대신 주식으로 최장 10년 뒤 보상
"단기 실적 대신 장기 성장 집중 유도"
저가 수주로 목표 달성 등 '먹튀' 방지
◆10년 뒤에야 받는 보상
4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현재 RSU 제도를 운용하는 한화그룹 계열사는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12곳이다. 이들 회사 대표이사와 주요 경영진 등 344명이 현재 RSU를 적용받고 있다.
한화그룹의 RSU는 당장 현금 보상을 해주는 대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주식으로 보상해주는 제도다. 현금 대신 RSU를 받은 뒤 일정 기간(최대 10년)이 흐른 뒤에야 실제 주식을 받는다. 이 주식의 절반은 주식 가치에 연동한 현금으로도 받아 소득세 등을 낼 수 있다.
예컨대 RSU로 자사주 1만주와 주식 가치 연동 현금 3억원을 받은 뒤 10년 후 주가가 2배로 뛰었다면, 주식 가치 증가분은 물론 현금 보상 규모도 6억원 정도로 늘어난다.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와 주가 상승에 비례해 보상 규모가 더 커지는 셈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받을 성과가 전혀 없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1~2년 후 퇴사한다면, 재직 기간에 아무리 큰 성과를 냈더라도 보상 규모가 적을 수밖에 없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RSU는 과거에 대한 성과를 보상하는 대신, 꾸준히 성과를 창출해 누적된 성과를 미래 시점에 누릴 수 있도록 고안한 제도"라며 "임직원이 회사의 장기 발전에 기여하게 해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이 RSU 제도를 확대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경영진이 단기 실적을 내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단기 성과급을 챙겨 퇴사한 뒤 회사에 거액의 손실이 발생하는 이른바 '먹튀'도 방지할 수 있다. 실제 과거 건설업계에서 중동 플랜트 저가 수주 후 회사에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두고두고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조선업계도 수주 잔고 채우기에 열중해 해양 플랜트나 선박을 저가 수주한 것이 나중에 회사에 심각한 경영위기를 몰고 오기도 한다.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이 같은 저가 수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 수주 목표를 경영진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에서 아예 뺐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RSU는 회사 주식의 장래 가치에 따라 최종 지급 보상액이 달라지므로 임직원이 회사의 장기 발전을 위해 전념할 수 없다"며 "경영진과 회사, 주주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성과 보상제도"라고 했다.
주가가 행사가보다 떨어지면 사용할 수 없는 스톡옵션과 달리 회사 자금으로 자사주를 취득해 임직원에게 나눠주는 RSU는 미국 정보기술(IT)과 스타트업 업계에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03년 RSU 제도를 도입했으며 애플, 구글, 메타, 아마존, 테슬라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성과 보상을 회사 발전과 연동하기 위해 RSU를 활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상장사의 3분의 1가량이 RSU 제도를 도입했으며, 국내에서는 한화그룹 이외에도 LS, 두산, 네이버 등이 RSU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RSU가 국내 대기업들의 지분 승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한화그룹의 경우 김동관 부회장이 RSU 대상자가 되면서 경영 승계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한화그룹은 오히려 대주주에게 RSU를 지급하지 않고 현금 보상을 하면 대주주 특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주주만 장기성과와 상관없이 바로 단기 성과급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준급의 200% 이내로 제한된 한화그룹 RSU 제도를 감안하면, 김 부회장이 RSU로 받을 수 있는 실제 지분도 그다지 높지 않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부회장이 20년 뒤 RSU로 받을 수 있는 ㈜한화 지분은 약 1%에 불과하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도 각각 0.5%, 0.3% 정도로 추산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지분을 더 늘리려면 RSU 대신 현금으로 성과급을 받아 한화그룹의 최상단 지배회사인 ㈜한화 주식을 사 모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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