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과 소통 현장에서 주가 28만원 제시
과거 대기업 CEO도 주가하락에 사과
업계 "CEO의 주가 제시, 통상적이지 않아"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SK하이닉스의 미래 주가를 28만원으로 공언한 가운데,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해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단 공개석 상에서 목표주가를 언급한만큼 만에 하나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이전에도 CEO가 목표주가를 공표한 일부 사례를 보면, 주가가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주들의 대규모 반발과 소송 등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곽노정 사장은 지난 27일 열린 '함께하는 더(THE) 소통행사'에서 3년 내 주가 28만원을 달성하겠다고 언급했다.
곽 사장은 지난달 'CES 2024' 개막을 앞둔 행사에서도 100조원인 현재 시가총액을 3년 내에 200조원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했는데, 연이어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만원 단위까지 목표주가를 지정한 것이다.
전일 종가가 15만8000원인 SK하이닉스 주가는 곽 사장이 언급한 28만원이 될 경우 시총이 200조원까지 오른다. 결과적으로 시총 200조원 발언과 주가 28만원 발언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시총 200조원 발언은 목표주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일종의 함의적 표현으로 이를 총 주식수로 나누면 목표주가 28만원이 나온다.
특히 해당 기업 CEO가 마치 이 수준의 주가를 보장한다는 듯이 목표주가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자칫 일반 투자자들의 오판을 부를 수 있다.
CEO의 목표주가 공언 이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요인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자들이 CEO와 회사 책임으로 주가 하락 원인을 돌릴 우려도 적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주들이 주가 하락을 이유로 소송을 벌일 우려까지 제기된다.
실제 함부로 목표 주가를 공언했다가 곤욕을 치른 대기업 CEO들이 적지 않다.
남궁훈 카카오 전 대표는 지난 2022년 초 취임 당시 목표주가로 15만원을 제시했다가 이후 주가가 되레 떨어지면서 7개월 만인 같은 해 10월 공식석상에서 목표주가 공언을 사과했다.
당시 남궁 전 대표는 "임기 내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주가가 오르기는커녕 떨어져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주가가 목표주가 15만원은 커녕 5만원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남궁 전 대표는 목표주가 달성을 위해 최저임금만 받겠다며 책임 경영 의지를 비쳤지만 끝내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지난 2022년 3월 주주총회에서 주가 하락에 대해 주주들에게 사과했다. 셀트리온 주가는 2020년 12월 37만4620원에서 2022년 5월 13만원 대까지 떨어지며 하락률이 60%를 넘었다.
서 회장은 목표주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진 않았다. 대신 그는 2020년 10월 "항체치료제로 최초의 코로나19 청정국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해 시장 기대감을 끌어올리며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항체치료제는 흥행하지 못했고 결국 주가는 하락을 거듭했다. CEO의 설익은 발언에 따라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탄 대표 사례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볼 수 있다. 2012년 노키아 경영진이 '윈도폰'을 통해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적이 악화되자 주주들은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CEO가 구체적으로 목표주가를 언급하는 것은 단순히 주가 상승 의지 차원에서 넘길 일이 아니다"며 "회사의 비전을 밝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CEO가 목표주가를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증시의 다양한 변수들을 인지해야 한다"며 "언급한 목표주가가 달성되지 못하면 CEO가 책임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주가가 기업 의지대로 움직인다는 CEO의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는 지적도 들린다.
일부에선 목표주가를 공언하는 것보다 목표주가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리스크가 더 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들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CEO가 목표주가를 공표한 경우에는 주가가 오르지 못하면 CEO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성장성을 강조하려는 발언치고는 현 주가의 배에 가까운 목표주가 제시는 리스크가 커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곽 사장의 목표주가 28만원이 지나치지 않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기술 우위가 확실하며, 투자 효율성 및 재무 건전성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어서다.
또 글로벌 대장주인 엔비디아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인 5세대 HBM인 'HBM3E'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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