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생 휴학계 '반려·대화' 투트랙…동맹휴학 변곡점

기사등록 2024/02/27 12:43:19 최종수정 2024/02/27 14:53:29

교육부, 의대협 공동 비대위원장 1명과 접촉

대화 문 열어두면서 대학 당국엔 '원칙' 강조

수도권 모 의대서 공식적 첫 '휴학 반려' 조치

휴학계 61% 요건 못 갖춰 반려 줄 이을 가능성

개강연기·휴강 의식해 "정상적 수업 실시" 강조

[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지난 23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 학동캠퍼스 의과대학 명학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3학년도 의과대학 제72회 히포크라테스 선서식'에서 졸업생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4.02.27. pboxer@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요건을 충족한 휴학계가 4건 중 1건 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학들이 본격적으로 반려 조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교육부는 학사운영의 원칙을 강조하며 개강연기를 자제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교육부는 의대생과 협의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연락처를 수소문한 끝에 전날 의대 학생회 단체 공동 대표자 중 1명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전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공동 비상대책위원장 3명 중 1명의 동의 하에 연락처를 확보했다.

의대협이 대화를 촉구하고 있음에도 연락이 닿지 않아 비대위원장 소속 대학인 인제대, 순천향대, 중앙대 3곳에 공문을 보내 요청한 끝에 연락이 닿은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대협 비대위원장 중 1명이 '우리(교육부)가 만나자'고 한 데 대해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고,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서 추후에 연락을 주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이처럼 의대생들에 대화 의사를 밝히며 의대를 보유한 각 대학 당국에게는 흔들림 없이 학사관리의 원칙을 한층 더 분명히 강조하고 있다.

이날 교육부는 의대생의 수업거부와 관련해 "각 대학이 학사 일정에 따라 정상적 수업을 실시할 것을 거듭 요청한다"며 "그럼에도 수업거부가 이뤄질 경우 학칙에 따라 엄정 조치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열린 의과대학 운영 대학간담회를 위해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다. 2024.02.27. jhope@newsis.com
학사일정은 대학의 고유 권한이므로 교육부가 법적으로 가타부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개강연기'를 더는 하지 말라는 우회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의대는 다른 학과와 달리 이달 수업을 시작한 경우가 있는데, 동맹휴학으로 일부 대학에서 휴강이나 1~2주 개강연기에 나선 사례가 속출해 왔다.

의대는 'F'가 한 과목이라도 나오면 유급이므로 이는 일종의 학생 보호조치로 해석돼 왔다. 대학 입장에선 더는 이런 조치를 이어가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다음 주까지는 더는 개강연기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각 대학 당국의 공식적인 등록 절차가 이번 주 막바지에 접어들고 다음 주부턴 전체 학과가 개강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대학들의 '휴학계 반려'가 본격화될지도 주목된다.

교육부는 지난 16~26일 의대생들로부터 접수된 휴학계 1만2527건을 분석해보니 61%가 학칙에서 정하고 있는 형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교육부는 "(대학은) 형식 요건을 갖추지 못한 (휴학계) 신청은 철회를 (학생에게) 독려하고 반려(에 나서는) 등 신속한 조치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전날 수도권 지역 모 의대 1곳에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의대생 201명의 휴학계를 반려하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대생의 자진 철회가 아닌 대학 당국 차원의 단체 반려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지난 19일부터 전날까지 8일 동안 의대생 전체 66.7%에 해당하는 1만2530명의 휴학계가 접수돼 있으나 그 규모가 본격적으로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대오'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전공의 집단행동'에 이어서 의과대학 학생들의 집단 휴학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23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 앞 사물함에 실습용 가운과 토시가 걸려있다. 2024.02.27. jhope@newsis.com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전날까지 휴학계가 접수된 의대는 37곳이다. 전체 의대는 40곳으로, 3곳은 의대협이 집단 휴학계 제출을 선언한 20일 이후에도 1주일 가량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학칙상 요건을 충족한 휴학계도 4880건인 만큼 적어도 의대생(1만8793명) 중 26%는 대학이 휴학을 승인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학에 "요건을 갖췄어도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아님을 설명하고 지도교수 면담 등을 통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일부 의대 학생회 등은 SNS에서 휴학계 인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에 호응해 의대생들이 해시태그(#) 등을 달고 공개한 휴학계들을 살펴 보면 휴학 사유로 '동맹휴학'을 적어낸 경우가 적지 않다.

설령 해당 의대생이 정당한 요건을 갖췄다고 주장하며 휴학계 접수를 요구하면서 수업거부를 이어간다면, 교육부도 '학칙에 따라 엄정 조치하라'고 요청했던 만큼 대학 판단에 따라 유급, 징계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전날까지도 성명을 내고 의대 증원 전면 철회를 요구하면서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던 의대협 측이 교육부에 대화의 문을 열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교육부 측은 "의대생 휴학계 요건 충족 여부 분석은 일반적 행정절차일 뿐 다른 어떤 의도도 없다"며 "언제든 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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