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보조금, 신청액 절반만 가능…삼성·SK는?

기사등록 2024/02/27 12:00:00 최종수정 2024/02/27 14:21:29

보조금 요청액 700억 달러…수혜 규모 감소하나

美 자국기업 우선 지급도…국내기업, 후순위 가능성

[내슈아(뉴햄프셔)=AP/뉴시스]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지난달 11일 뉴햄프셔주 내슈아의 한 업체를 방문해 발언하는 모습. 2024.01.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을 신청한 기업들의 자금 신청이 예상보다 훨씬 많아 신청액의 절반만 지원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도 제한적인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행사에서 "기업들이 모두 600건이 넘는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460건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러몬도 장관은 "첨단 기업들이 신청한 보조금 요청액은 모두 700억 달러(약 93조1200억원)가 넘는다"며 "상당수의 기업들이 자금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 잔혹한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와서 수십억 달러를 요청하면 저는 '타당한 요청이지만 요청액의 절반만 받아도 운이 좋은 것'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정부가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280억 달러(약 37조2400억원)이었지만 요청 금액이 2.5배나 많아지며,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보조금 수혜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국내 기업들 또한 대규모 반도체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자칫 신청 금액 절반 수준의 보조금을 받으면 미국 현지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미국 정부가 최근 자국 기업인 인텔에 100억 달러를 우선 지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보조금 지급 시기도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약 23조원)를 들여 텍사스주 테일러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으며 현재 보조금을 기다리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미국 내 15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패키징 공장을 짓기 위해 인디애나주 등 부지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보조금이 중요하다.

삼성전자가 테일러 공장 양산 시점을 올해에서 내년으로 늦춘 배경으로 지지부진 했던 보조금 지급 때문이라는 분석도 들린다.

이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러몬도 장관과 유선으로 만나 반도체 보조금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

일부에선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주요 기업들이 사전에 미리 움직여 이미 적지 않은 보조금을 선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3월 말까지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은 "국내 기업들이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 줄어들거나 일정 기간 밀릴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국내 기업의 미국 내 사업이 본격화될 때 미국 정부가 추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 보조금으로 인해 미국 내 사업 자체에 큰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jy5223@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