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위, '실거주 의무 3년 유예' 법안 소위 통과
당초 실거주 의무 폐지 추진했으나 야당 반대 막혀
기존 임대차보호법 상 계약갱신청구권과 기간 충돌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실거주 의무를 3년만 유예하는 건 전세를 2년만 주고 내보낸다는 가정 하에 세입자와 싸우는 기간 1년을 고려한 것인가요?"
최근 여야가 추진하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 3년 유예안'과 관련해 수분양자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입주를 앞둔 전국 5만 가구의 경우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지만, 이번 대책이 완전 폐지가 아닌 '유예'에 불과한 데다 기존 법과의 충돌 여지도 있어 결국 3년 뒤 다시 시장 혼란이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26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지난 21일 실거주 의무를 3년간 유예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전체회의를 거쳐 이르면 29일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초 1·3대책을 통해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하고, 전매제한과 세트로 묶이는 실거주 의무도 법 개정을 통해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주택법 개정안은 갭투자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민주당의 반대에 1년 넘게 국회에 계류돼 왔다.
그러나 오는 4월 총선이 끝난 뒤 21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법안 자체가 폐기될 위험에 빠지자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수분양자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야당 측이 폐지 대신 '3년 유예안'을 꺼내들면서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집주인은 입주 시기에 전세를 한 차례 놓을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해당 개정안으로 수혜를 보는 단지는 지난달 기준으로 77개 단지, 4만9766가구에 달한다. 이 중 이미 입주가 시작된 곳은 11개 단지, 약 6544가구다.
다만 통상적으로 전세계약이 2년 주기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제시된 3년이라는 유예기간은 다소 애매하다는 평이 나온다. 특히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상 계약갱신청구권(2+2)을 사용할 경우 최대 4년까지 거주가 가능하다보니 이를 둘러싸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생길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장 수분양자들이 잔금을 치르지 못해 입주를 포기하는 최악의 사태를 막았다는 점 자체에 의의를 둬야 한다고도 얘기하지만, 이미 시장에서 작동하고 있는 법안과의 충돌 가능성조차 고려하지 않은 이번 개정안은 결국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치권은 이번 '실거주 의무 3년 유예'에 만족하지 않고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고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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