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본과 달리 관계부처 총력…소통·협력 커질듯
"정부, 행정처분 빠르게 집행할 것" 복귀 촉구도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이탈에 정부가 역대 최초로 보건의료 위기 경보 '심각'을 선포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구성하면서 행정조치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보건의료재난 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는 중대본이 구성됐다.
지난 2020년 의대 증원 당시에도 중대본이 있었지만 이 때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편성된 중대본을 활용한 것이었다. 감염병 상황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보건의료 위기로만 경보가 '삼각' 단계로 격상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밝힌 격상 및 중대본 편성 이유는 의료 공백 대처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94개 수련병원 전공의 78.5%인 889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69.4%인 7863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이에 따라 환자들의 피해도 늘어나고 있는데 지난 19일 복지부가 운영을 시작한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나흘간 189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단 중대본의 특성상 복지부 외에 관계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의료 대란 대응 뿐만 아니라 강제적 조치도 논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복지부는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에게 업무 개시 명령을 내렸는데 아직 명령 위반으로 행정조치를 취한 사례는 없다.
그러나 지난 21일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는 공동 브리핑을 열고 불법 집단행동에 가담한 의료인은 물론, 불법 집단행동을 조종하거나 부추기는 사람들까지도 철저한 수사로 규명하고 엄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의 행정조치와 사법당국의 법적조치는 다르지만 중대본 내에서 협조 관계가 구축될 경우엔 법적 조치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가 가장 걱정되는 것은 정부가 위기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정부가 상당한 수준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정부는 주동자에 대한 인신구속 및 강력한 행정처분을 빠르게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도 전날 브리핑에서 중대본 구성과 행정조치의 상관관계에 대해 "행정조치는 의료법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하는 것이고 수사와 이런 것들은 사법 절차가 되니까 그거는 사법당국이 하는 것이어서 서로 하는 일이 달라 크게 관련은 없다"면서도 "여러 가지 법률적인 자문이라든지 이런 협조관계는 더욱 잘 돼서 저희들한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특별한 이유없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가능하며 1년 이하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또 사법적 고소·고발로 열린 재판에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의사 면허 취소도 가능하다.
이 같은 행정처분이나 사법적 처분 결과는 기록에 남아 해외에서 의업을 수행하더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권 교수는 "여러분이 진정으로 의업을 그만두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일을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퇴직절차를 밟고 병원을 떠나시기 바란다. 투쟁을 하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내용을 심도 깊게 파악하고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국가의 문제들에 대한 더 나은 정책 대안을 갖고 정부와 대화하시기 바란다. 그것이 급속성장의 부작용에 직면해 있는 현재 대한민국의 전문가가 해야 할 역할이고 행동"이라고 말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국장은 "행정적으로 입증을 하는 절차가 필요하긴 한데,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확인이 되면 바로 고발 조치가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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