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칩스법 보조금 임박…반도체 업계, 작년 역대급 로비전

기사등록 2024/02/23 06:00:00 최종수정 2024/02/23 06:29:29

삼성 지난해 美 로비금액 83억…SK하닉도 57억

대만 TSMC도 사상 최대…불확실성 속 경쟁 치열

[더럼=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의 반도체 제조업체 울프스피드사를 방문해 일자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회사는 반도체지원법(CHIPS) 시행에 따라 5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제조 시설을 건설, 일자리 1800개 창출 계획을 발표한 곳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입법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3주간의 '인베스팅 인 아메리카' 투어를 시작했다. 2023.03.29.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미국 상무부가 조만간 반도체 보조금 지급 대상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보조금 확보를 위한 반도체 기업들의 '로비 전쟁'이 지난해 뜨거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미국 정치 자금 추적 단체 오픈 시크릿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미국에서 630만 달러(83억원)를 로비에 사용했다. 이는 삼성의 미국 진출 이래 역대 최대 금액이다.

종전 역대 최대인 전년(579만 달러)보다 8.8% 늘었다. 업체별로는 삼성전자 아메리카 489만 달러, 삼성 세미컨덕터 76만 달러, 삼성 SDI 아메리카 57만 달러, 이매진 8만 달러 등 순이다. 고용한 로비스트도 67명으로 역대 최대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33만 달러(57억원)를 로비에 투입했다. 이는 전년(527만 달러)에 이어 역대 2번째로 큰 액수다.

국내 기업 외에 대만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도 지난해 역대 최대인 297만 달러를 투입했다. 미국 기업인 퀄컴(722만 달러), 마이크론(273만 달러), 엔비디아(51만 달러)도 역대급 자금을 퍼부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을 상대로 한 로비에 나선 이유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 제조 산업에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 기술 발전을 막겠다는 이유로, 수년 전부터 강도 높은 무역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장비 반입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으나, 지난해 10월 가까스로 별도 허가없이 장비 반입이 허용되며 현지 공장 생산과 투자의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된 상태다.

미국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지급하는 보조금 역시 아직까지 향방이 오리무중이다. 미국은 향후 5년간 총 527억달러(70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아직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은 아직 보조금 지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도록 정부를 압박하는 미국 기업들의 움직임도 우리 기업들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최근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한국 등 동맹국들도 미국과 유사하게 중국에 첨단반도체 장비 등을 수출하는 것을 규제하도록 로비에 나섰다. 현재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의 경우 수출 통제 대상 목록에 없는 장비도 중국의 선단 공정 제조 공장에 수출할 수 없는 반면 한국, 일본, 이스라엘 등 업체들은 수출 통제 목록에 없는 장비는 수출이 가능하다. 이에 SIA는 공평한 경쟁이 아니라며 한국 등 동맹국들에게도 동일한 적용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SIA는 미국 반도체기업을 대변하는 대표적 이해단체로,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로비단체다. SIA는 반도체 지원법이 의회를 통과하는 과정에도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벌였다. 지난해 152만 달러의 자금을 투입했다.

업계에서는 레거시(성숙) 공정 위주의 생산 장비를 납품하는 한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에 대한 수출 규제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앞으로도 미국이 중국 반도체 생산을 견제할 가능성이 높아, 우리 기업들의 로비 자금 집행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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