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20% 통보 받은 비명 6명 '비선·밀실공천' 반발
친문 의원 모임 향후 대응책 논의…일부 2선 후퇴 요구
이재명 "공천 공정하게 진행"…침묵 속 장면돌파 기류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불공정 공천 논란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밀실 회의와 비선 개입 의혹, 정체불명 여론조사 등과 맞물려 노골적인 '비명계 공천 학살' 양상이 짙어지자 비명계도 집단행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4·10 총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명호(號)'가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22일 민주당 안에서는 공천 파동에 반발해 친문계 좌장 격인 홍영표 의원을 주축으로 친문·비명 인사 10여명이 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공천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향후 집단행동 돌입 여부 등을 폭넓게 논의 중이다.
이들 의원은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현역의원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20%에 해당하는 31명에게 개별 통보하기 시작한 지난 19일부터 공천 관련 논의를 본격화했다.
이날 현재까지 하위 20% 통보를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은 탈당한 김영주 의원과 박용진·윤영찬·송갑석·박영순·김한정 의원 등 6명이다. 모두 친문이나 비명계다.
임 위원장은 '하위 20%' 명단 유출은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으나 이들 명단에 비명계가 대거 포함된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한 비명계 의원은 "김영주, 박용진 등 하위 통보를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들은 모두 의정활동과 지역구 활동을 잘하신 분들"이라며 "비명·친문계 의원들에 대한 공천 학살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공천 내홍이 고조되고 있는데도 반응이 없는 이 대표를 보니 총선을 이기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모르겠다"며 "총선에서 져도 이재명당을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인지 묻고 싶다"고 따졌다.
다만 이 대표를 향해 2선 후퇴 등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에는 아직 신중한 모습이다. 거듭된 사천 논란에 대한 진상규명과 이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 먼저라는 시각이다.
한 중진 의원은 "의원들은 일단 정체불명의 여론조사와 밀실 회의, 비선 개입 의혹 등 각종 논란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와 당의 대응을 보고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공천을 거의 다 진행한 상황에서 후퇴하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별로 없다는 의견도 있다"며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퇴진하면 총선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 사태가 초래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은 "하위 20% 통보를 받은 의원도 있고 아직 안 받은 의원도 있다. 또 통보를 받은 의원 중에서도 당에서 경선을 치르겠다고 하는 의원도 있고 탈당을 저울질하는 의원도 있다"며 "각자의 사정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를 겨냥한 비명계의 비판 수위가 거세지자 원내 지도부는 추가 탈당 등을 우려하며 사태 수습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대표는 공천 파동에 침묵하며 방관하는 모습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사천' 논란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며 "민주당이 구축한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제대로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하나가 돼도 모자랄 시점에 민주당이 국민께 실망을 드리고 있어 대단히 송구하다"며 "국민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을 의식한 듯 "민주당부터 단결하고 하나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분열과 갈등으로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물론 대한민국의 불행이 될 것"이라며 "시스템 공천을 제대로 실천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잃었던 신뢰를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친명 지도부는 "공천은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전날 의원총회에 불참한 이 대표는 이날도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지만 정면 돌파하겠다는 기류다.
일단 선대위원장으로 이 대표에 힘을 싣고 있는 이해찬 전 대표를 임명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당초 문재인 정부 출신인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 등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전날 두 전직 총리가 공천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이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당 관계자는 "친명과 비명 등 계파 간 불신이 이미 너무 쌓여 통합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건 아닌지 걱정된다"며 "탈당한 김영주 부의장이 국민의힘으로 입당하면 충격이 클 것이다. 당이 또 한 번 술렁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kje132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