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등 혐의' 김태한 무죄…삼바 서버 증거능력 또 불인정(종합2보)

기사등록 2024/02/14 16:04:25

수십억원 횡령·분식회계 증거인멸 혐의

김태한·안중현 무죄…김동중 집유 선고

법원 "檢 제출 증거, 위법 수집" 불인정

'이재용 부당합병' 사건도 두 차례 언급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횡령과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4.02.14.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한재혁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서 회삿돈 약 40억원을 횡령하고 분식회계를 은폐하기 위한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한 전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검찰이 김 전 대표의 횡령 혐의로 제시한 전자정보가 위법하게 수집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판단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이날 오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안중현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도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김동중 바이오로직스 부사장에게는 증거인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횡령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선고에 앞서 재판부는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18테라바이트(TB) 분량의 백업 서버가 위법수집증거라는 판단을 내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 의혹' 사건의 무죄 판결을 언급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19년 5월 압수수색 당시 삼바 공장과 회의실 내 엑세스 플로어에서 발견된 18테라바이트(TB) 용량의 백업 서버를 엑세스 플로어(바닥재 아래 전선 등을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중 바닥구조)에서 발견, 내부 전자정보를 수집했다.

다만 같은 재판부는 지난 5일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검찰이 해당 서버에서 혐의와 무관한 영업비밀이나 임직원의 개인적인 자료를 함께 수집해 위법한 증거라고 판시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판결에서도 해당 서버에서 수집된 전자정보 중 (혐의와) 관련된 증거만 선별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도 (검찰은) 그러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배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에서도 선별 절차 등 적법 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검사가 입증하지 못했으므로 이는 모두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삼성바이오로직스(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서 회삿돈 약 40억원을 횡령하고 분식회계를 은폐하기 위한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한 전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사진은 바이오로직스 본사(사진=뉴시스DB)2024.02.14. photo@newsis.com


법원은 이를 근거로 김 전 대표의 횡령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조사 과정에서 전체적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차액 보상의 필요성과 정당성 등 타 임직원과의 형평을 맞추려고 한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횡령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시했다.

증거인멸 혐의에 관해선 "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과 관련 김 전 대표가 삭제 논의를 했다는 김 부사장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김 전 대표가 자료 삭제에 동의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안 사장은 종전 통상적 절차대로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당시 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관련 증거인멸 고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유죄로 인정된 김 부사장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선 "죄책이 가볍지 않고 바이오로직스의 증거 은닉 범행을 사실상 총괄했다"면서도 "김 부사장의 지위나 위치에 비춰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증거인멸)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사유를 들었다.

또 "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과 관련 공소가 제기됐지만 이 회장의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된 점 등을 피고인(김 부사장)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 등은 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서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회삿돈 4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2020년 10월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지난 2016년 말 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한 이후 회사 주식을 수차례 사들이면서 우리사주 공모가와의 차액을 현금으로 챙겨 김 전 대표가 30억원대, 김 부사장이 10억원대를 횡령한 것으로 봐 왔다.

이들은 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과정을 숨기기 위해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벌이는 데 가담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한편 지난 2021년 김 전 대표는 기소 이후 첫 공판에서 "검찰의 기소를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해 결심공판에서 김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동중 바이오로직스 부사장에게는 징역 4년, 안중현 전 삼성전자 부사장에겐 징역 3년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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