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전 대통령 영상, X에서 470만 조회 기록
골카르당 부의장 "대선서 투표 중요성 상기 목적"
네티즌 "표심 겨냥해 숨진 독재자로 겁주려는 것"
지난 1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30년 이상 인도네시아를 철권 통치했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나는 인도네시아의 두 번째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3분짜리 영상이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470만회 이상 조회됐다. 이 동영상은 틱톡, 페이스북, 유튜브 등으로 빠르게 퍼졌다.
그러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은 16년 전인 2008년 8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이 영상은 수하르토의 얼굴과 목소리를 복제해 만든 인공지능(AI) 생성 딥페이크 영상이었던 것이다.
이 영상을 게재한 사람은 인도네시아의 보수정당인 골카르당의 어윈 악사 부의장이다. 악사 부의장은 지난 1월7일 이 영상을 올리면서 "다가오는 대선에서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2억명 유권자들에게 상기시키기 위해 이 영상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골카르당의 일원으로서 수하르토가 인도네시아를 성공적으로 발전시킨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덧붙였다. 골카르당은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기반을 두었던 정당이다.
골카르당은 올해 대선에서 자체 후보를 내는 대신, 수하르토의 전 사위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현 국방장관을 지지하고 있다.
CNN은 "대선 전에 숨진 지도자를 다시 살려냄으로써 유권자들이 당을 지지하도록 독려하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 네티즌도 정치적 선전을 위해 죽은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비난했다. 한 X 이용자는 "죽은 독재자를 되살려 우리를 속이고, 겁을 주고, 표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는 "언제부터 사망한 사람을 딥페이크로 만드는 것이 윤리적인 일이 되었는가”라고 꼬집었다.
수하르토 전 대통령은 1968년 대통령에 올라 1998년까지 인도네시아의 독재자로 군림했던 인물이다. CNN은 "수하르토의 독재 시절은 인도네시아 역사상 가장 부패하고 잔인한 시기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이 동영상의 파급력은 수하르토가 인도네시아에서 얼마나 중요한 인물이었는지 알려준다”며 "사망한 지 수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지지자들이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대선 1차 투표는 14일 치러진다. 수비안토 국방장관이 앞서고 있다. 간자르 프라노워 현 중부자바 주지사와 아니스 바스웨단 전 자카르타 주지사까지 총 3명의 후보가 경쟁 중이다.
1차 투표에서 전국적으로 50% 이상 득표하거나 각 주에서 20% 이상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1위와 2위가 결선 투표를 치를 예정이다. 결선 투표는 6월2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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