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늘린다고" 2030 고향 대신 '스터디카페'로

기사등록 2024/02/11 06:00:00 최종수정 2024/02/11 06:28:26

"연휴 맞아 24시간 오롯이 공부에만 투자"

"의대 증원 발표,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다"

입시학원 직장인 문의↑…야간반 개설 검토

전문가 "기회비용 등 따져 신중히 고민해야"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최근 몇 년간 증가 추세를 보여온 '직장인 수능러'들이 의대 증원 발표를 계기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번 설 연휴에도 친척 집 대신 '스터디 카페'를 찾겠다는 2030세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목동 학원의 의대 입시 관련 문구. 2024.02.07.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학창 시절에도 공부를 못했던 편은 아니라 의과대학(의대) 생각은 항상 있었어요. 몇 달 전부터 의대 증원 이야기가 나와 퇴근 후 홀로 수능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이제 계획도 발표됐고, 연휴라 출근할 필요도 없으니 이 기간 스터디 카페를 찾아 공부에 박차를 가할 생각입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한모(30)씨는 이번 설 명절에 가족들이 있는 부산에 가는 대신 집에서 홀로 공부에 매진할 계획이다. 한씨는 퇴근 후 평일 오후 8~9시께 공부를 시작하는데,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오전 2~3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다.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하고 출근하다 보니 만성 피로와 두통은 물론, 절대적 공부량이 부족하단 죄책감에도 시달렸던 한씨는 "연휴엔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제 맘대로 쓸 수 있으니 아무 걱정 없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11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몇 년간 증가 추세이던 '직장인 수능러'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를 계기로 급증하는 양상이다. 당장 이번 설 연휴에도 친척 집 대신 '스터디 카페'를 찾겠다는 2030세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 대다수는 이른바 '의치한약수'로 불리는 의대·치의대·한의대·약대·수의대 등 전문직을 목표로 공부하는데, ▲조직 생활에서 느끼는 한계 ▲미래에 대한 불안감 ▲안정적이고 높은 수입 등이 이들이 전문직을 선호하는 이유다. 직장인 수능러들은 의대 증원이 공부를 결심한 동기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최근 몇 년간 증가 추세를 보여온 '직장인 수능러'들이 의대 증원 발표를 계기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번 설 연휴에도 친척 집 대신 '스터디 카페'를 찾겠다는 2030세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2024.02.08. jini@newsis.com


앞서 정부는 2006년 3058명으로 조정된 이후 18년째 유지되고 있는 의대 정원을 내년부터 2000명씩 늘려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00명 증원은 서울대 자연계열 입학생 수(1844)를 넘는 규모로, 의사가 부족해 지역·필수의료가 붕괴하고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조치다.

한씨는 "결국 한평생 유지되는 '자격증'이 필요하겠단 생각을 했다"며 "그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길이 조금 넓어진 셈이니 제 입장에선 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 공과대학 출신으로 의대 입시를 준비 중인 직장인 김모(28)씨 역시 "선발 인원이 늘어나는 걸 마다할 수험생이 어디 있겠냐"며 "(증원 계획) 발표가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그는 "입시학원 '야간반' 문의, 공부 계획 수립 등 할 일이 많아 전주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이번 명절엔 집에 가지 못할 것 같다고 이미 말해놨다"면서 "할머니가 조금 서운해하셨지만, 1년 열심히 공부해 의대에 합격한다면 그게 진짜 효도가 아닐까"라며 웃어 보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입시 환경이 예전과는 상당히 다를뿐더러, 의대 입시 및 학부 과정에서 감당해야 할 기회비용도 계산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최근 20대 후반~30대 초반 직장인들의 의대 재수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이들을 위한 야간반 개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남 소장은 "이미 사회에 진출한 이들이 다시 입시에 뛰어드는 게 쉽지 않다. 만약 의대 입시에 실패하거나, 성공한다고 해도 다시 6~10년을 공부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며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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