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JTBC 종방극 '웰컴투 삼달리'의 '부상도'(강영석)는 기존 드라마 서브남(두번째 남자 주인공)과 달랐다. 재벌 3세가 아닌 흙수저였고, 어머니가 차린 횟집이 대박 났지만 여전히 고무장갑을 끼고 장화를 신은 채 일하곤 했다. 처음엔 노란색 람보르기니를 몰고 다니는 모습이 어색해 보였지만, 어느새 삼달리의 상징이 됐다. '조삼달'(신혜선)만 바라보며 짝사랑의 정석을 보여줬는데, 이 드라마는 '강영석의 발견'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강영석(32)은 이제야 로맨스 맛을 알게 됐다며 "멜로 욕심을 내고 싶다"고 바랐다.
"작가님께 (왜 람보르기니를 타는지) 물어봤다. 너무 가난하고 돈 쓸 데가 없어서 그렇다고 하더라. 상도는 착하고 순진해서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보여주기식으로 타고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촬영하다보니 괜찮더라. 람보르기니를 몰 때 살짝 긴장했다. 혹시나 금전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엑셀을 세게 밟으면 차 대여 업체 팀장님이 '오~안돼요'라며 제어했다. 박카스 박스에서 돈 뭉치를 꺼낼 때도 대리 만족했다. 현금 800만원이 들어갔는데, 몰래 주머니에 넣어 보기도 했다. 소품팀이 감시하더라.(웃음)"
이 드라마는 개천을 지켜온 용 '조용필'(지창욱)과 개천을 떠나 승천한 용 '조삼달'(신혜선)이 모든 걸 잃고 추락한 뒤 고향에서 사랑을 찾는 이야기다. '동백꽃 필 무렵'(2019) 차영훈 PD와 '고백부부'(2017) 권혜주 작가가 만들었다. 1회 5.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16회 12.4%로 막을 내렸다. 동백꽃 필 무렵을 재미있게 봐 기대가 컸다며 "해녀 선배님들이 나올 때 그 느낌이 확 나더라. 감독님은 딱 동백꽃 같다. 밝은 에너지가 있어서 현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어준다"고 귀띔했다. 넷플릭스 TV쇼 부문 비영어권 톱10에 들었지만,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만명 밖에 안 늘었다. 시청률도 나 때문에 잘 나온 게 아닌 것 같다"며 웃었다.
상도는 초등학생 때부터 16년 넘게 삼달만 바라봤다. 가난해서 한 번도 고백하지 못했고, 항상 용필에게 양보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런 캐릭터를 처음 해봤다. 100점 만점에 50~60점 정도 밖에 못 줄 것 같다. 다음번에 하면 더 잘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짝사랑한 기간이 짧은 게 아니라, 몇십 년 아니냐. 순수한데 약간 변태 같고 무섭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광기 아니냐"고 해 웃음을 줬다. "ENFP라서 친한 친구의 전 여친을 탐하는 일은 상상도 안 된다"며 "몰입하기 약간 힘들었지만, 어차피 진짜 친구는 아니었으니까. 배우니까 해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처음에 상도가 이불을 걷으면서 얼굴이 나오는 장면 있지 않느냐. 감독님이 '늑대의 유혹' 강동원 선배처럼 해야 한다고 해 부담됐다. 얼마나 힘들겠냐. 강동원 선배와 똑같은 건 성이 강씨인 것 밖에 없다. 입꼬리가 안 올라가서 여러 번 NG 났다. 모니터링 할 때도 눈을 가리고 봤다. 계속 차, 하관, 발, 목소리 등만 나오다가 처음으로 얼굴이 나와서 잘 해야 했다. 약간 서브남을 기대하게 만든 설정 같다. 내 성에는 안 차서 '더 잘했어야 하는데···'라는 아쉬움이 있다."
상도의 짝사랑이 이뤄지길 응원한 시청자도 많았는데 "솔직히 결말을 만족하진 않는다. 뭐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삼각관계면 변이 3개가 있어야 하는데, 2개 밖에 없지 않았느냐. 점선이라도 있었으면 했는데, (삼달이) 아예 눈치도 못 채고 끝났다"면서 "어떻게 보면 더 안타깝고 몰입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고구마' 였다고? 나도 보면서 답답했지만,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완전히 친구로만 가서 상도의 짠한 느낌이 나왔다"며 받아들였다.
지창욱(36), 신혜선(34)과 절친 케미스트리도 돋보였다. 특히 지창욱과 호흡하며 로맨스 연기를 배웠다며 "초반에 내가 취해서 '삼달이 좋아한다'고 얘기하는 신이 있다. 창욱 형이 소주를 마시고 나를 딱 보는데 사슴 눈 같더라. '저게 멜로구나' 싶었다. 형은 그렇게 태어난 것 같다. 그냥 '왜?' 하고 본 건데 멜로였다"고 극찬했다. "혜선 누나도 잘 받아주고 에너지가 엄청나다"면서 "어깨동무를 많이 하지 않았느냐. 누나 키가 크니까 상도가 동생 같은 느낌이 났다"고 했다.
전작인 ENA '유괴의 날'(2023)에선 상반된 캐릭터를 선보였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데 "유괴의 날은 '인사이더'(2022)와 결이 비슷하다. 삼달리 촬영과 겹쳤는데, 해본 역은 편한 부분이 있다. 삼달리 감독님은 '착하게 웃으라'고 하고, 유괴의 날에선 나쁘게 웃으라고 하더라"면서 "난 육각형 같다. 못하는 게 없는 건 장점이고, 잘하는 게 없는 건 단점이다. 두루두루 잘 하는 게 배우로서는 장점 아닐까. 그래서 나쁜 역과 착한 역을 반반 맡는 것 같은데, 뭐든 시켜주시면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강영석은 2011년 뮤지컬 '화랑'으로 데뷔했다. 2017년 '변혁의 사랑'으로 매체 연기를 시작, '백일의 낭군님'(2018) '군검사 도베르만'(2022) 등으로 주목 받았다. 올해 공개하는 티빙 '우씨왕후'에도 캐스팅 된 상태다. "난 항상 취준생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랜서 삶을 살고 있으니까. 지금은 그래도 운 좋게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공연할 때 오디션을 진짜 많이 봤다. 슬럼프는 딱히 없었지만, 처음에 드라마를 할 때 카메라가 무섭고 어렵더라. 어떻게 할지 몰라서 (강)하늘 형한테 많이 물어봤다. 지금도 첫 촬영은 항상 떨린다. 죽을 때까지 그럴 것 같다. 근데 희열감이 있다. 그래서 계속 연기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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