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승계 계획이라는 檢주장 인정 안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이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5년 5~9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합병비율 1:0.35)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물산 지분이 없던 이 회장은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삼성전자 지배 구조를 형성했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공짜승계'라는 비판이 나왔다.
합병을 위해 삼성은 주가조작, 분식회계, 거짓공시 등을 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주가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2014년 거짓공시를 했다는 논란, 2015년 제일모직 가치 고평가를 위한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픽스 분식회계를 했다는 논란이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 4월부터 약 1년간 감리를 진행한 후에 2018년 7월(2014년 거짓공시 혐의)과 같은 해 11월(2015년 분식회계 혐의)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는 이복현 금감원장(당시 경제범죄수사부장)이 이끌었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도 차장검사와 검사장으로 지휘에 관여한 적이 있다. 검찰은 2018년 12월 강제수사에 착수한 후 약 1년6개월 간 관련자 수사를 진행했다. 국정농단 재판에서 승계 작업에 대한 정의도 나왔다.
탄력을 받은 검찰은 2020년 5월 이 회장을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 다음 달 검찰이 이 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수사는 절정에 도달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회장의 영장을 기각했고, 이 회장 측은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소집을 요청하며 반격에 나섰다.
수심위는 2020년 6월26일 이 회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하라고 권고했다. 구체적인 심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검찰이 제시한 논리가 이 회장 측이 제시한 논리를 압도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외부 전문가들이 이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가 됐다.
반면 검찰은 당시 "학계와 판례의 다수 입장, 증거관계로 입증되는 실체의 명확성, 사안의 중대성과 가벌성, 사법 판단을 통한 국민적 의혹 해소 필요성, 부장검사회의 검토 결과 등을 종합해 주요 책임자 기소에 이르렀다"고 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기소 환영 입장을 냈다.
이 회장은 불구속 기소됐지만, 2021년 1월 국정농단 뇌물 혐의로 파기환송심에서 유죄를 확정받으며 구속됐다. 그는 208일간 수감 생활을 한 뒤 2021년 8월 가석방됐다. 이듬해 윤석열 정부 첫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도 받았다.
법원은 이날 "프로젝트G는 삼성의 사전승계 문건으로 보기 어렵다"며 "삼성물산 합병은 사업적 목적으로 부당하다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때 G는 지배구조를 뜻하는 Governance의 약자라고 검찰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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