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물가 무섭게 오르는데"…한은 “물가 안정은 연말이나 가능”

기사등록 2024/02/10 08:00:00 최종수정 2024/02/10 08:11:29

1월 소비자물가 반년 만에 2%대

"물가 안정은 빠르면 연말이나 가능"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설 명절을 앞두고 사과·배·감 등 성수품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1월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122.71로 지난해 동월보다 8.0% 올랐다. 농축수산물 중에서도 과일 물가 상승률이 28.1%로 전체 평균의 10배가 넘었다. 채소 등의 농산물 물가 상승률도 8.8%로 높았다. 파 상승률은 60.8%로 전체 농축수산물 품목 중 가장 높았다. 4일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2024.02.0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반년 만의 2%대 소비자물가 기록에도 기저효과에 대한 착시라는 분석과 함께 2% 초반 물가 도달 시기가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한국은행 내부에서 나왔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15(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 올랐다. 지난해 7월(2.4%) 이후 6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월(3.4%)부터 9월(3.7%), 10월(3.8%), 11월(3.3%)에 이어 12월까지 다섯 달째 3%대를 보인 바 있다.

다만 최근 들어 한은은 물가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경고하며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자체 블로그를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하고, 농산물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누적된 비용 압력의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3% 내외에서 등락하다가 점차 낮아져 연간 전체로는 작년 11월 전망치(2.6%)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최근 발간한 ‘물가 안정기로의 전환 사례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서는 최근 물가 지표에 대해 기저효과로 평가하면서 착시 물가를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물가 안정기로 진입 성공 사례를 보면 평균 3.2년이 걸렸다“며 “역사적으로 물가 안정기 진입에 실패했던 사례는 마지막 단계 위험에 대한 부주의에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2%대 물가에도 물가 둔화 속도가 더딜 수 있다고 해석하며 이에 따른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 차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일부 물가 지표의 일시적 긍정 신호에 과도한 의미를 두지 않아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서울=뉴시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8% 오르며 6개월 만에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8.0% 올랐다. 과실(28.1%), 곡물(9.2%), 채소(8.8%) 등이 오르면서 농산물 가격이 15.4% 상승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 역시 공공요금과 원자재 등 2차 비용 파급 효과와 국제유가 불확실성을 들어 물가 둔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소비자물가가 앞으로도 1년 이상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공급측면의 상방리스크도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위원은 “인플레이션을 확실히 안착시키지 못할 경우 장기간 고통을 감수하며 쏟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에 안착해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한은의 수정 경제 전망 당시 예상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2.6%, 2.1%다. 이르면 올해 말과 내년 초에나 물가 안정 목표인 2%에 다다를 것이란 전망이다. 한은은 이달 22일 새로운 전망치를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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