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라피더스 등 경쟁사, 美·日 등서 생태계 구축
경쟁사 기술개발 속도…격차 감소 위협
3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2위 패키징 기업인 앰코테크놀로지는 지난달 20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애리조나 TSMC 파운드리 공장 인근에 패키징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앰코는 TSMC 공장에서 생산한 애플 칩을 받아 이 공장에서 패키징 작업을 할 예정이다. 현재 TSMC는 400억 달러를 들여 애리조나에 공장 2곳을 건립 중이다.
이에 따라 TSMC는 애리조나에 '애플-TSMC-앰코'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한다. TSMC는 당장 내년부터 공장 가동에 나설 예정이어서 애리조나가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 구축의 시발점이 될 조짐이다.
일본 신생 파운드리 업체인 '라피더스'도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과 동맹을 맺고 기술 개발을 구체화한다. ASML이 라피더스 공장이 있는 홋카이도 지토세에 올해까지 기술 거점을 마련한다. ASML은 이 거점에 직원 50명을 배치해 라피더스 공장 설립을 지원한다.
공장 완공 후에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제공하며 협력을 본격화 한다. 현재 일본 지토세 지역에는 각종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 몰려 있어 '파운드리-소부장' 중심의 생태계가 마련되는 셈이다.
대만 파운드리 2위 기업인 UMC도 지난달 인텔과 협업해 오는 2027년부터 미국 인텔 단지에서 12나노 공정에 나설 예정이다. UMC는 인텔의 생산 능력·설계 등 경험을 파운드리에 직접 결합할 방침이다.
이처럼 글로벌 반도체 경쟁사들이 속속 반도체 동맹에 나서면서 삼성전자가 기술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들린다.
삼성전자는 TSMC와 함께 초미세공정을 비롯해 GAA(게이트올어라운드)와 패키징 등의 세계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반도체 생태계를 통해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면 후발 기업과의 기술 초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업계 1위 TSMC를 쫓아야 하는데, 되레 후발 기업들에게 추월 압박을 당하는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ASML과 국내 반도체 제조 기술 R&D센터 설립 계획을 세웠지만, 또 다른 반도체 대기업과의 협업은 미진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생태계 선제 구축이나 인수합병(M&A) 등으로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생태계 구축을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삼성은 아직까지 나홀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첨단 인공지능(AI) 기반의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거나 연대를 구축해 공동 개발에 나서는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 기업들이 반도체 기술 추월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동맹을 통한 블록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의 동맹 전선을 깨뜨릴 수 있는 삼성전자 중심의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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