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공제 가입하면 공소제기 제한
조정·중재 참여 거부시 특례서 제외
무과실 분만 사고, 국가 보상 확대
주취자 등 폭력자, 보호 장구 착용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정부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특레법 제정을 추진한다. 생명과 직결된 수술이 많은 필수의료 분야에 법적 책임 부담을 덜어 의료 인력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은 1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여덟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주재했다.
그간 필수의료 분야는 수술 등의 난이도와 위험도가 높은데 비해 보상 체계는 낮아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이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윤 대통령은 "의료사고 피해자 보상은 강화하되 의료인들의 사법 리스크 부담은 확실하게 줄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의료인에 대한 고소·고발이 많지만 실제로 의사 고의나 중과실로 판명되는 경우는 매우 적다"며 "의사는 경찰조사로 어려움을 겪고 정작 피해자는 제대로 보상도 못 받는 이러한 모순된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제도를 전면 개편해서 의사는 소신껏 진료하고 피해자는 두텁게 보상받도록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인 형사처벌 부담 완화를 위해 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의료사고 대상 공소 제기를 제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모든 의사 또는 의료기관에 책임보험·공제 가입을 의무화한다. 현재는 일부 민간보험을 통해 의료사고 배상 공제에 가입하고 있는데, 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 의원급 34%, 병원급 19%만 공제에 가입했다.
일본의 경우 의사회 가입 시 의료배상 책임보험에 자동 가입하고 회비에 보험료를 포함하고 있다. 독일은 민간보험 배상책임제를 운영하고 있으나 의원급 의사 가입은 의무다.
복지부는 종합보험·공제를 개발하고 필수의료 분야나 전공의 등을 대상으로 보험료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열린 기자단 설명회에서 "모든 의료사고에 다 적용하는 것은 아니고 필수의료 중심으로 일정한 요건과 범위 내에서 사고가 벌어졌을 때 형사기소를 면제하는 게 특례법의 주요 내용"이라며 "의료진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어야 보건 증진에 기여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례법 도입 전에라도 수사 및 처리 절차를 개선해 불필요한 소환 조사는 자제하고 중과실 없는 응급의료 사고는 형을 감면하는 규정을 적극 적용하도록 하기로 했다.
또 무과실 분만 사고와 같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에 대한 국가 보상금 지원 규모를 현재 보상금의 70% 수준에서 100%로 확대한다. 무과실 분만 사고 국가 보상금은 전액 국고로 지원한다.
박 차관은 "현재는 3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는데 금액이 비현실적이라 현실화 하려는 것"이라며 "탯줄 꼬임 같은 확률적으로 발생하는 무과실 사고에 대해 국가가 대신 보상하겠다"고 말했다.
분만 외 소아 진료 등 불가항력 의료사고 유형과 사례가 의학적으로 입증될 경우 국가 지원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박 차관은 "국회에서 분만 뿐만 아니라 소아과 진료에도 확대하자는 논의가 있어서 입법이 되면 그에 맞춰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응급실에 오신 주취자, 정신질환자 중에 폭력적,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현행 체계에서는 제압을 할 방법이 없다"며 "특정한 요건을 설립해 보호장구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 권리 구제도 강화한다. 의료분쟁조정법상 조정·중재에 참여를 거부한 의료인은 형사처벌 특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피해자 소통·상담, 안전관리 지원을 위한 (가칭)의료기관안전공제회 설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민생토론회에 참석한 김병근 평택박애병원장은 "필수의료나 응급의료 영역에서 사법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도 각 위치에서 묵묵히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에 대한 국민적인 예우와 보상 방안도 같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의료사고와 관련해 분쟁을 겪은 적이 있다고 밝힌 이동규씨는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노력으로 의료 분쟁을 마무리하게 됐다"며 "중재 신청을 할 때 의무·영상 기록 같은 자료들은 병원에서 직접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중재원 결정에 구속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은 "사고 원인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규명하면서도 의료인과 환자 부담을 덜어드리는 방법으로 수사 절차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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