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U+, 자사 OTT·IPTV에 프라임 비디오 콘텐츠 제공
웨이브, 티빙도 각각 HBO, 파라마운트 콘텐츠 제공
토종 OTT 입장에서는 '미드' 덕에 가입자 확보 기여
글로벌 OTT 입장에서는 직접 경쟁 부담 줄어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 토종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 연합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콘텐츠를 토종 OTT 플랫폼을 통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웨이브와 맥스, 티빙과 파라마운트 플러스에 이어 LG유플러스와 프라임 비디오라는 새로운 OTT 연합군이 등장했다.
국내 미디어 플랫폼간 '볼거리' 차별화 경쟁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반면, 국내 미디어 플랫폼사들이 제작 투자를 포기하고 해외 콘텐츠 사오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이달부터 인터넷TV(IPTV) U+tv와 OTT U+모바일tv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콘텐츠 270여편을 제공한다.
아마존 콘텐츠를 제공하는 건 국내 플랫폼 중 최초의 시도다. 그동안 토종 OTT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마존에 제공된 적이 있었으나 토종 OTT가 아마존 콘텐츠를 수급한 적은 없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U+모바일tv의 경우 월 9900원(U+영화 월정액 베이직) 이상 이용권을 구독하면 아마존 오리지널 영화 '7500', '내일의 전쟁', '더 리포트'와 드라마 '높은 성의 사나이', '모차르트 인 더 정글', '마블러스 미시즈 메이슬', '모던 러브' 등을 볼 수 있다. IPTV와 OTT 앱에 프라임 비디오 전용관이 개설되는 만큼 이용자도 쉽게 아마존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아마존 콘텐츠가 LG유플러스 IPTV·OTT에 제공된다는 소식을 이례적인 일로 평가하고 있다. 아마존은 그동안 국내에서 11번가 등 SK그룹과 파트너십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SK가 대주주인 웨이브에 아마존 콘텐츠가 제공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LG유플러스에서 아마존 콘텐츠를 먼저 볼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프라임 비디오와 공식적으로 제휴를 맺은 것은 아니라며 단순 콘텐츠 수급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제작연도 1년 이내 작품들은 아직 프라임 비디오에서만 단독으로 서비스 중이지만 아마존이 타 플랫폼에 개별 콘텐츠로 제공 가능한 작품 가운데 가장 최신 작품을 수급했다"며 "향후 추가 수급·제공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토종 OTT "인기 미드 독점 제공에 만족"…글로벌 OTT "직접 시장 경쟁 필요 없어 편안"
글로벌 OTT가 한국 시장 진출 대신 콘텐츠 판매 또는 제휴를 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웨이브는 지난 2022년부터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 OTT인 맥스(전 HBO맥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웨이브 유료 구독자들은 현재 '왕좌의 게임: 하우스 오브 드래곤', '피스메이커' 등 콘텐츠를 추가 결제 없이 볼 수 있다.
티빙도 같은 해 파라마운트와 손잡고 지금도 파라마운트 플러스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가 개봉 시점이 상대적으로 오래된 아마존 콘텐츠를 수급한 것과 달리 티빙은 파라마운트 플러스 최신 오리지널 콘텐츠도 동시에 공개된다. 오는 8일 공개하는 '헤일로' 시즌2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토종 OTT와 글로벌 OTT 간 교류를 강화하는 데는 서로의 이익 교집합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OTT도 한국 시장 직접 진출 시 드는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한국 OTT 시장은 넷플릭스 1강 체제 아래 티빙,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등이 2~3위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다. 해외 OTT가 주류인 다른 나라 OTT 시장과는 다르다.
맥스, 파라마운트 플러스, 프라임 비디오가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려면 한국 드라마·영화를 제작해 충성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기업 상황상 추가 투자할 여력이 없다. 특히 이들 기업은 마블 시리즈 등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콘텐츠를 보유한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시장에서 크게 힘을 못 쓴 걸 봐온 만큼 한국 시장 진출에 신중한 입장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국내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충성 고객이 어느 정도 확보된 토종 OTT에서 자사 콘텐츠를 꾸준히 판매·제공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쌓을 수 있다.
토종 OTT 입장에서는 글로벌 OTT의 대작 콘텐츠를 수급할 수 있다. 인기 콘텐츠를 독점 제공하는 만큼 '미드(미국 드라마)' 애청자를 자사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일각에선 국내 미디어플랫폼들이 자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기 보다 해외에 검증된 콘텐츠를 공급하는 게 수지타산 맞추기가 적합하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맥스·프라임 비디오 한국 진출 감감무소식, OTT 연합 계속될 듯
한국 시장 특성을 고려했을 때 토종 OTT-글로벌 OTT 간 연합 체제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워너 디스커버리 브라더스는 올해 여름에 프랑스, 내년에 호주 등 기존에 서비스하지 않았던 지역에도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프라임 비디오도 아마존이 국내에 정식으로 운영되지 않는 만큼 정식 서비스 가능성은 현재로서 적다. 한국에서도 프라임 비디오 사이트·앱을 통해 시청할 수 있으나 원화결제(웹사이트 기준)를 지원하지 않는 현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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