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지수 폭락에"…은행 창구서 ELS 사라지나

기사등록 2024/01/30 11:34:04 최종수정 2024/01/30 13:19:29

DLF 사태 이후 글로벌 5대 지수만 판매 허용

은행들, H지수·니케이 중심으로 속속 판매 중단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4.01.19. kgb@newsis.com

[서울=뉴시스]우연수 이정필 기자 =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에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ELS 판매를 중단하거나 이를 검토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검사 이후 판매 중단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 이후 5대 글로벌 지수 연계 ELS 외 판매가 금지된 것처럼 이번 사태를 계기로 또 은행 창구가 축소될지 관심이 쏠린다.

◆은행들, H지수·니케이 중심으로 ELS 판매 중단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홍콩H지수 지속 하락과 금융시장의 잠재적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당행 비예금상품위원회가 ELS 상품 판매 중단을 권고한 데 따른 조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금융시장 현황 및 소비자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권고 사안을 수용해 잠정 중단하게 됐다"면서 "추후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 후 비예금상품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ELS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ELS 판매 중단과 관련해 검토 중에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한은행 역시 ELS 판매 중단을 검토 중이다. 앞서 항생지수와 니케이지수가 들어간 상품은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당장 주가연계신탁(ELT), 주가연계펀드(ELF) 등 상품을 전면 중단하기보다는 고객 입장에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중심으로 판매할 것"이라며 "소비자보호도 계속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ELS 판매 중단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특히 니케이 고점 우려가 있어, 배리어를 낮춰서 판매 중"이라며 "니케이 지수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해서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ELS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H지수 폭락으로 올해 대규모 만기 손실이 예견되면서 타행들이 해당 지수 편입 상품만 중단한 것과 달리 선제적인 조치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2019년 전면금지 보류한지 5년 만…은행 ELS 판매 사라지나

과거 DLF 사태 때도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는 도마 위에 올랐다. 은행은 투자 상품 가입이 아닌 예금을 목적으로 하는 고객들이 찾는 곳이기에 원금 손실형 상품을 파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에서다.

이에 금융위는 2019년 특정금전신탁을 통한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시킨 바 있다. 여기에는 원금 20% 초과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는 ELS도 포함됐다.

하지만 문제가 된 DLF가 사모라는 점, 공모 ELS 판매까지 중지하는 건 과도한 조치라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사모펀드 판매에만 제한을 두는 쪽으로 결정됐다. 공모형 중에서는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글로벌 5대 지수(코스피200·S&P500·홍콩H지수·니케이225·유로스톡스50) 연계 ELS로 판매 범위가 축소됐다.

그로부터 5년 만에 공모형 ELS에서 수조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은 다시 제도 점검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전날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ELS 판매 중단 목소리에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 원장은 "개인적으로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이) 3년여 지난 시점에서 금융투자 상품을 어떻게 분류할지, 어떤 창구를 통해 판매할지,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대응하고 설명해야 할지 이번 기회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주현 위원장은 ELS를 아예 금지할 계획이 있냐는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는 "금감원 검사 중인데, 검사 결과 분석한 뒤에 얘기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전면 금지에는 아직 신중한 모습이다.

이 원장은 "고위험 상품을 은행에서 팔아선 안된다"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 대해 "같은 고위험 ELS라 해도 상품 구조가 심플한 것도 있고 복잡한 것도 있다"며 "어떤 창구에서 (어떤 상품을) 파는 게 소비자 보호 실질에 맞는 건지 등을 잘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또 은행이라 해도 센터 연계 지점 등이 있는 케이스별로 살펴보겠다고는 답변도 내놨다.

금융당국이 고령층에 대한 고위험 상품 판매를 강하게 비판해온 만큼 연령별 허들이 생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DLF 사태 당시 당국은 고령층 나이를 기존 70세 이상에서 65세 이상으로 강화했지만 여전히 불완전판매 사태가 터질 때마다 고령층의 취약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11월 이복현 원장은 "노후 보장 목적으로 만기 해지된 정기예금을 재투자하고 싶어하는 70대 고령 투자자에게 수십퍼센트의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을 권유하는 것이 설명 여부를 떠나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에 대해 적합성 원칙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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