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700일…유엔난민기구 대표 "잊힌 전쟁 되면 안 돼"

기사등록 2024/01/25 17:44:22 최종수정 2024/01/25 19:47:29

그란디, AP와 인터뷰서 "우크라전 더 이상 뉴스 안 돼"

"세계 위기에도 우크라인은 잔혹한 전쟁 속에서 살아"

"인도적 지원이 정치의 인질 되면 안 돼"…EU·美 겨냥

[키이우=AP/뉴시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가 우크라이나 전쟁 700일을 맞은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AP와 인터뷰하고 있다. 일주일 일정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그는 방문을 마치면서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시민의 삶에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 2024.01.25.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가 우크라이나 전쟁 700일을 맞은 24일(현지시간) '잊힌 전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일주일 동안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친 그란디 대표는 이날 AP와 인터뷰에서 "지난해와 올해의 큰 차이점은 올해는 더 이상 이 일(전쟁)이 세상의 뉴스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다른 세계 위기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도 우크라이나인이 잔혹한 전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상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크라이나가 겪는 고통에 (세계 모두가) 익숙해지는 추세가 어느 정도 있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아울러 "러시아의 침공으로 가옥이 파괴되고, 의료시설이 타격받고, 많은 기관이 작동하지 않는 등 민간인에게 계속 피해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UNHCR은 전쟁으로 인한 실향민 수를 1000만 명 정도로 보고 있다. 국내 실향민 370만여 명과 난민 630만여 명이 발생했다는 추정이다.
[키이우=AP/뉴시스] 우크라전 700일…유엔난민기구 대표 "잊힌 전쟁 되면 안 돼" 사진은 지난해 7월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한 소년이 '브이(V)' 자세를 취한 발레리 잘루즈니(왼쪽부터)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과 죄수복을 입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법정에 선 모습을 묘사한 전시물을 바라보는 모습. 2024.01.25.

기구는 올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지난해보다 줄어든 42억 달러(약 5조6112억원)를 요청했다. 이를 두고 그란디 대표는 "세계적으로 위기가 너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우선순위 요구사항에 중점을 두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해설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도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자금 공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럽연합(EU)에서는 4년 동안 500억 유로(약 72조7120억원) 규모로 우크라이나 지원하려고 했지만, 친(親)러시아 성향 헝가리가 이를 막아 계류하고 있다. 미국은 610억 달러(약 81조4960억원) 규모 국방 지원을 계획했지만, 공화당에 발목이 잡혀 있다.

그란디 대표는 "인도적 지원이 정치의 인질이 돼서는 안 된다"며 EU와 미국이 지원안을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논의가 EU와 미국 두 곳에서 막히지 않고 긍정적으로 마무리되기를 정말 고대한다"면서 "이 지원안이 수렁에 빠져 인도적 지원이 오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럽다. 이는 여기(우크라이나)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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