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술금 부풀려 49억 보험 사기…의사·브로커 실형

기사등록 2024/01/23 13:50:28

400만원 시술금액, 630만원으로 부풀려

하지정맥류 환자에 허위 영수증으로 보험 청구케 해

보험회사들 피해 금액 49억여원에 달해

환자 소개한 브로커에게 알선비도 지급

[서울=뉴시스] 실제 하지정맥류 시술 금액보다 부풀린 금액으로 영수증을 발급해 환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하도록 하는 식으로 보험사기를 저지른 의사와 브로커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024.01.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실제 하지정맥류 시술 금액보다 부풀린 금액으로 영수증을 발급해 환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하도록 하는 식으로 보험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의사와 브로커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태웅)는 지난 16일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및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63)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환자 알선 브로커 B(56)씨와 C(60)씨, D(67)씨에게도 각각 징역 1년, 징역 1년 2개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8월께부터 2022년 5월께까지 서울 중랑구 등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중 하지정맥류 시술 비용을 부풀려 책정한 진료비 계산서·영수증을 환자에게 발행한 후 환자들의 보험사로부터 실손보험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하지정맥류 시술은 비급여 항목에 해당해, 의료기관에서 자율적으로 그 비용을 책정할 수 있음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시술 비용은 400만원가량인데 A씨는 이를 약 630만원인 것처럼 부풀려 영수증 등을 발행해 줬고, 환자들은 그 영수증으로 보험사에 실손보험금을 청구했다. 이런 방식으로 보험사로부터 원래 보험금보다 더 큰 금액을 지출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A씨는 지난 2021년께 11월께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한 환자에게 '하지정맥류 시술을 하고 630여만원으로 영수증을 끊어줄 것인데, 실비보험금을 지급받으면 시술비 400만원만 내가 알려주는 계좌로 입금하고 나머지 금액은 환자분이 가지면 된다'는 취지로 하지정맥류 시술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범행을 저지르던 중 A씨는 자신의 병원에 방문한 환자인 B씨에게서 '환자를 소개해 줄 테니 소개비를 달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이를 수락한 A씨는 B씨에게서 환자 총 88명을 알선받고 그 대가로 2759만9500원을 지급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방식으로 A씨는 B씨 등에 환자 알선 브로커들에게 환자 총 663명을 알선받고 그 대가로 총 3억2056만원을 지급해줬다고 한다.

아울러 이들의 범행으로 환자들은 보험회사들로부터 891회에 걸쳐 49억6627만원을 교부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환자가 시술비를 630여만원으로 책정해 환자들이 '페이백' 받는 방식은 환자 유치 목적으로 시술비를 할인해 병원 수익금 일부를 제공한 것에 불과할 뿐 시술비를 부풀린 게 아니라는 등의 주장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실손의료보험금은 할인된 금액을 기준으로 지급된다는 점 ▲A씨가 수사 기관에서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병원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중 B씨에게서 범행 제안을 받았고, 경영난을 타개하고자 이를 수락했다"는 취지로 의견을 밝힌 점 ▲다른 환자들이 A씨가 관련 범행을 먼저 제안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대법원 판례를 들며 "실제 시술비보다 부풀린 금액으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해 실제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금보다 과다한 보험금을 취득한 이상, 보험금 전체에 대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험사기 범행은 합리적인 위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의 목적을 해치고 다수의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에게 그 피해를 전가해 보험이 갖는 사회적 기능을 해하는 범죄"라며 "피고인들은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조직적·계획적으로 범행을 했고, 범행 횟수도 적지 않으며, 범행 과정을 통해 얻은 이익도 상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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