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위험 예측에도 대책 수립 않은 혐의
참사 관련해 재판까지 넘겨진 유일한 '윗선'
참사 관련 '구체적' 주의의무 여부 쟁점될 듯
경찰, 서울시 '구체적 주의의무 없다' 불송치
故 백남기 사망 당시 서울청장은 유죄 확정
세월호 참사 때 해경 지휘부는 최종 무죄로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정훈)는 19일 김 청장을 비롯해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112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 당직근무자였던 정모 전 112상황3팀장 등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청장은 내부 보고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핼러윈 축제 전 대규모 인파 운집에 따른 사고 위험성을 충분히 예측하고도 경비기동대 배치 등 적정한 관리 대책을 수립하지 않아 지난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 사상자의 규모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수사 끝에 지난해 1월 김 청장 등 23명을 송치했다. 하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에 대해선 구체적 주의의무나 참사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해 뒷말이 나왔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도 유일하게 '윗선'으로 분류되는 김 청장에 대한 기소가 늦어져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비판이 일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해 1월 서울경찰청을 2번 압수수색했고 4월에는 김 청장을 두 차례 소환해 조사하는 등 수사에 나섰으나 송치 1년이 넘도록 김 청장 기소 여부를 확정짓지 못했다.
그 사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지난해 11월 서울서부지검에 김 청장에 대한 기소 촉구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후 이달 초 대검찰청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를 열어 김 청장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을 듣기로 했고 수심위는 지난 15일 위원 15명 중 9명이 기소 의견을, 6명이 불기소 의견을 내 공소제기 의견을 권고했다.
결국 검찰이 수심위의 권고를 수용해 김 청장을 불구속 기소한 셈이다.
향후 진행될 재판은 김 청장에게 이태원 참사를 예방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에 대해 적정한 정보활동을 통해 사고 위험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할 일반적 주의의무는 있다고 봤다. 하지만 김 전 과장이 인파운집 대응 부서로 지정되거나 관련 지시를 받은 적이 없어서 구체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김 전 과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앞서 특수본도 서울시가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없고 서울시에 용산구청의 과실에 대한 구체적 감독책임을 묻기 어려워 용산구청 관계자만을 송치했을 뿐 서울시 관계자들은 검찰에 넘기지 않았다.
이같은 논리가 김 청장에게 적용될 경우 서울경찰청장도 마찬가지로 용산경찰서의 과실에 대한 직접적인 감독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
반면 인파 관리 사무는 자치경찰의 영역이고, 시도경찰청장이 자치경찰의 사무를 관장해야 하기 때문에 김 청장에게 구체적 주의의무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민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TF소속 이창민 변호사는 "서울 지역 내 경비기동대와 교통기동대를 포함한 기동대는 모두 김 청장이 지휘·감독하며 이들에 대한 배치 권한도 김 청장에게 있다"며 "하지만 김 청장은 참사 당시 인파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김 청장은 핼러윈 인파 운집에 따른 인파 관리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2022년 10월에만 4차례 이상 받았으나 추상적·포괄적 지시만 2차례 했을 뿐"이라며 "계획을 확인하고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라고 지시할 의무와 책임이 있으나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고(故) 백남기 농민 사건과 관련해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죄가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이 난 것을 혐의 입증에 유리한 사례로 꼽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구 전 청장이 수동적으로 집회 시위 현장에서 보고만 받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 지휘권을 행사해 백남기씨를 사망에 이르게 할 것을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 미흡으로 승객들을 구하지 못한 혐의가 적용된 전 해양경찰청 지휘부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점은 김광호 청장에게 유리한 사례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은 2014년 4월16일 참사 당시 최대한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업무를 맡았음에도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세월호 승객 303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142명을 상해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보호조치에 미흡했던 상황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해경 차원의 문제이고, 김 전 청장 등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무상과실치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승객들의 사망이 예상되는 가운데 충분히 대피 조치가 가능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점이 입증돼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지난 2022년 10월29일 오후 10시15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압사 사고가 일어나 158명이 숨지고 196명이 다쳤다. 이후 심적 고통을 호소하던 10대 생존자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참사 희생자는 총 159명으로 늘었다.
이날 서울서부지검이 3명을 추가로 기소하면서 총 19명과 법인 2곳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yeod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