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의총 '특별법 거부권 건의'에 반발
용산 대통령실 앞 유가족 11명 삭발해
"尹대통령에 마지막 기대…법 공포해야"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하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대통령실 앞에서 삭발을 하며 강력 반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뜻 거스르고 무책임한 결정을 한 국민의힘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회견이 열린 대통령실 맞은 편 전쟁기념관 앞 광장 위로 흰 천이 길게 깔렸고, 유가족 11명이 셋씩 차례로 앉아 몸에 보자기를 둘렀다.
이어 삭발을 돕기 위해 바리깡을 든 스님의 손이 유가족의 머리 위를 지날 때마다 검거나 하얗게 바랜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떨어졌고, 이를 지켜보던 다른 유가족들의 통곡과 탄식이 터져나왔다.
삭발에는 고(故) 이주영씨의 아버지인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과 고 이남훈씨의 어머니 박영수씨, 고 최혜리씨의 어머니 김영남씨, 고 김현수씨의 어머니 김화숙씨, 고 유연주씨의 아버지 유형우씨, 고 김미정씨의 어머니 박랑주씨, 고 서수빈씨의 어머니 박태월씨, 고 김단이씨의 삼촌 김진환씨, 고 정주희씨의 어머니 이효숙씨, 고 문효균씨의 어머니 이기자씨, 고 이민아씨의 아버지 이종관씨 등 유가족 11명이 참여했다.
삭발에 참여한 이종관씨는 "우리 애들이 죽었는데 이게 뭐냐"라며 이로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내 글씨를 쓰기도 했다. 이효숙씨는 고인이 된 딸의 영정 사진을 끌어안은 채 삭발식에 나섰다. 유가족 11명의 삭발이 진행되는 40여분간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이정민 위원장은 "오늘 이 억울하고 참담한 이 한을 뼛속 깊숙이 새기겠다. (국민의힘은) 끝내 우리를 국민 한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고 적으로 간주했다"며 "우리도 (여당을) 적으로 대하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이제 주사위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어갔다"며 "대통령도 우리를 적으로 간주한다면 우리도 역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마지막 남은 인내로 윤 대통령에게 기대해 보겠다"며 특별법을 공포할 것을 촉구했다.
유가족 박영수씨는 "아이들을 보내고 엄마들의 눈물은 강이 됐다. 아버님들의 한숨은 태산이 됐다. 정치하시는 분들은 강과 태산을 돌아봤나"라며 "새끼 보낸 어미의 머리 깎는 걸 눈 크게 뜨고 봐라. 지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서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당은 특별법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점 등을 문제삼으며 야당에 재협상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진상규명 특별법은 오는 19일 정부로 이송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후 거부권 행사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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