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켐 인수가 대형 악재?"…오리온, 주가 어디로

기사등록 2024/01/17 06:00:00

주가 17% 급락 9만원대 '뚝'…52주 신저가

"대규모 투자로 실적 가시성 훼손 가능성"

오리온 본사 전경. (사진=오리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오리온이 제약회사 레고켐바이오 인수하는 대규모 M&A(인수합병)를 예고하고 나섰지만, 주가는 도리어 급락하며 52주 신저가로 추락했다. M&A로 인해 오히려 실적 가시성이 낮아진 점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리온의 주가는 전날 2만500원(17.51%) 급락한 9만6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9만60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 오리온의 주가가 10만원을 하회한 것은 지난 2022년 11월9일(9만8100원)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오리온이 바이오 사업 확장을 위해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하는 대규모 M&A(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졌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오히려 악재로 해석한 셈이다. 앞서 지난 15일 오리온은 약 5500억원을 투자해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73%를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및 구주 매각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리온이 갑자기 수천억원을 투자하면서 실적 안정성과 재무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오리온의 주가가 급락하며 투자 심리가 훼손되자 레고켐바이오의 주가 역시 전날 하락세로 전환했다.

증권가에서도 오리온이 큰 자금을 들여 바이오 산업에 투자한 만큼 실적 안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레고켐바이오 지분 인수는 오는 2분기부터 오리온 전사 손익에 반영될 것"이라며 "현재 일회성 손익을 제외한 레고켐바이오의 경상적인 영업손실은 400억~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과 사업 회사의 바이오 사업 투자 확대로 인해 음식료 업체가 보유한 실적 안정성 측면의 투자 포인트가 희석될 수 있다고 봤다. 이종 사업 투자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또 기존 투자자들의 투자 포인트가 이번 신규 지분 투자의 방향성과 배치될 수 있기 때문에 주주 구성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주가 밸류에이션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만약 레고켐바이오에 대해 연결 회계 처리된다면, 오리온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0% 이상 하향 조정되면서, 전사 실적 가시성이 크게 낮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번 투자로 인해 바이오 기업으로 다각화에 성공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이명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리온은 중국 내 난치성치과치료제 개발기업 오리온바이오로직스와 '산둥루캉하오리요우'를 설립해 국내 백신기업 큐라티스와 결핵백신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는 등 바이오 진출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면서 "그러나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었던 만큼 이번 국내 대표 신약개발 기업 인수 후 행보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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