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헬스케어 인수 합병 규모 251조 원
글로벌 제약사 1800조원 M&A자금력 장전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글로벌 빅파마들의 인수합병(M&A) 참여가 늘면서, 지난 해 세계 헬스케어 분야의 M&A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빅파마들이 충분한 M&A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주요제품의 특허 만료로 성장 동력이 필요해, 올해도 대규모 인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15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의약품·의료기기 등 세계 헬스케어 분야 인수합병(M&A) 규모는 1910억 달러(한화 약 251조원)로, 전년 대비 34.5% 증가했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컨설팅기업 어니스트 앤 영(Ernst&Young)에서 1억 달러 이상의 헬스케어 M&A와 헬스케어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것을 정리한 자료다.
지난 해 헬스케어 분야 M&A 건수는 118건으로, 2022년 126건(1420억 달러)에 비해 줄었으나 건당 평균 M&A 금액은 증가한 모습이다. 건당 평균 바이오제약 기업 인수 규모는 21억8000만 달러로 전년(12억3000만 달러) 보다 77% 증가했다.
보고서는 지난 해 M&A 반등의 이유로 기업 규모가 큰 다국적 제약사들의 M&A 참여가 증가한 것을 꼽았다. 작년 M&A 투자의 3분의2 이상(69%)이 대형제약사에서 이뤄졌다. 2022년 38%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형 제약사 11곳이 최소 10억 달러 이상의 M&A를 진행했고, 이 중 미국 MSD가 4월 면역학 전문기업인 프로메테우스를 인수해 100억 달러 벽을 넘었다. 미국 화이자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전문기업 시젠을 430억 달러에 인수하며, 지난 해 가장 큰 M&A 거래를 성사시켰다.
보고서는 올해도 대형제약사의 대규모 인수계약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여전히 기록에 가까운 M&A 화력(자금력)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지난 해 기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1조3700억 달러(약 1800조원) 이상의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2022년을 제외하면 사상 최대 보유액이라고 했다. 향후 5년 간 주요 제품의 특허 만료로 수익 문제에 직면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점도 배경으로 꼽았다.
M&A의 주요 대상 질환은 종양, 희귀질환, 비만이었다.
지난 해 종양 파이프라인에 대한 M&A 투자는 652억 달러(약 85조원)에 달했다. 특히 ADC(항체-약물 접합체 항암제) 같은 임상·상업적 효과가 증명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에 대한 인수가 주류를 이뤘다.
바이오협회는 "제약시장의 35%를 차지하는 종양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지난 5년 동안 기업의 M&A 지출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종양은 가치 및 규모 면에서 기업 인수의 대부분을 차지해 왔다"고 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같은 규제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은 희귀의약품을 겨냥해, 희귀질환 전문기업도 M&A 대상으로 관심으로 받고 있다. 종양에 이어 2023년 한해 가장 큰 인수 대상이 됐다.
비만·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GLP-1 작용제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심혈관계 질환이나 대사질환에서의 임상적 효용성에 대한 데이터도 검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뇨 및 비만치료제가 포함된 내분비 및 대사질환 치료제 시장은 향후 5년 내 780억 달러(약 10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M&A 화력도 이곳에 집중되고 있다.
투자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후기 개발 단계의 신약에 대한 M&A도 확대됐다. 지난 해 M&A를 신약 개발 단계별로 구분해 보면, 임상 3상 및 출시 단계의 인수가 60%를 차지했다. 2022년 52%에 비해 증가했다.
바이오협회는 "코로나19 이후 후반 개발 단계에 있는 기업 인수 추세가 확대되고 있다"며 "최근 대형 제약사들은 리스크가 낮고 단기간에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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