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서울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가 2014년 청룡의 해 '갑진년(甲辰年)'을 맞아 행복한 전시를 펼쳤다.
'Happy Hori Day'를 타이틀로 새해 첫 전시를 연 김나리 대표는 "지난 2020년 개관 이후 함께한 작가들과 또 2024년 함께 할 작가 23명의 작품 36점을 선보인다"며 "30대~80대까지 미술시장에서 이름난 작가들의 다양한 현대미술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게 기획했다"고 밝혔다.
캔버스 뒤에서 그리는 이건용 화백의 ‘Bodyscape’ 회화 소품과 부인인 승연례 화백은 일필휘지의 필력이 돋보이는 드로잉 회화 2점을 내놓았다.
신형상회화의 대표작가로 손꼽히는 안창홍 화백은 ‘이름도 없는’ 제목의 얼굴시리즈 소품 2점, 인천문화재단 ‘제1회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오원배 화백은 명상적인 드로잉으로 포착한 서해안 갯벌의 인상을 담아왔다.
'호랑이 작가' 김남표는 짙푸른 제주도 애월 바다와 하늘 사이를 가르는 일출 장면으로 마치 청룡이 승천하는 듯한 신비로움이 담긴 200호 대작을 선보인다.
초현실적인 화풍으로 꿈속의 한 장면을 옮긴 듯한 차소림 작가,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특별한 감성으로 재해석한 박효빈과 유현경 작가, 물결처럼 부드러운 붓 터치로 감미로운 위안을 선사하는 최제이 작가 등의 작품들이 서로 대조를 이뤄 생동감을 자아낸다.
'달항아리 작가' 강민수의 풍만한 달항아리도 회화 작품들과 어우러졌다. 강준영 작가는 달항아리 형상에 두터운 마티에르를 살려 ‘I WAS BORN TO LOVE YOU!’라는 글귀를 적어 ‘나를 사랑하는 이’를 만난 것처럼 따뜻한 감동을 전한다.
음악이 나오는 아트벤치는 한결 작가의 독특한 재치가 돋보인다. 큰 목판을 달항아리 형상의 테두리만 남긴 작품으로 ‘여백미의 진수’를 보여준다.
변웅필과 정보경 작가의 인물에 대한 해석도 비교할 만하다. 변웅필의 경우 붓 자국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회화의 평면성으로 인물을 단순화했다면, 정보경은 바로 앞의 모델이 풍기는 직관적인 인상을 자유로운 붓 터치로 속도감 넘치게 표현해냈다.
허명욱 작가와 남지형 작가는 같은 둥근 화면을 추상과 구상적 회화로 활용했다. 수없이 반복적인 옻칠로 잠든 새벽하늘만큼의 명상적 깊이를 만들어낸 허명욱 작가와 천적의 동물이 한데 어우러져 상생의 삶을 노래하는 남지형 작가의 작품이 좋은 대조를 이룬다. 더불어, 재료의 특성을 연구하는 김찬일 작가도 반복적인 수행적 과정을 거치는 작업을 전개해가고 있으며 그가 제시한 촉각적 화면은 회화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도예 기법을 다루는 김명주, 정지숙 작품도 볼 수 있다. 김명주는 붉은 산을 이고 있는 여인의 초상을 연상시키는 도조 작품 ‘노스탈지아’를 공개했고, 정지숙은 귀엽고 깜찍한 표정으로 시선으로 사로잡은 꼬마 형상의 캐릭터 작품으로 흥미를 더한다.
포스코미술관에서 대형 개인전을 진행 중인 송필 작가의 브론즈와 스테인레스 스틸 용접 매화 작품도 인상적이다.
또 제주도의 풍경을 한 편의 시를 쓰듯 영상으로 옮긴 민병훈 영화감독의 작품, 흙물에 안료를 희석해 원초적인 자연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추구한 채성필 작가의 ‘물의 초상’ 작품, 주사기 통에 물감을 담아 일일이 수만 개의 점을 찍어 ‘자라나는 마음’을 표현한 윤종석의 점묘회화도 생동감을 전한다. 전시는 31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