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만장일치 의결 거치는 조건
사실상 매년 헝가리에 거부권 부여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유럽연합(EU)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해 온 헝가리가 조건부 승인으로 선회하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일(현지시간) 폴리티코에 따르면 복수의 EU 외교 소식통은 헝가리가 EU 차원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1년 단위로 변경하고, 해마다 만장일치 의결을 거치는 조건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헝가리는 지난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문서를 EU 이사회 의장단에게 송부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EU는 매년 우크라이나에 125억 유로(약 18조375억원)의 보조금과 차관을 제공하게 된다. 지원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해가 바뀔 때마다 EU 차원에서 만장일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지난달 14일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지원을 가능하게 만드는 EU 장기 예산 증액을 가로막았다. 해당 안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항목으로 4년 동안 500억 유로(약 72조1500억원)를 할당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친(親)러시아 성향으로 분류되는 오르반 총리가 입장을 선회한 데에는 EU 차원의 헝가리 우회안 마련 노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EU 실무자는 EU가 200억 유로(약 28조8600억원) 규모의 채무를 진 다음 이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식의 2안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EU 27개 회원국 합의가 가장 우선"이라면서도 "다른 선택지도 준비해야 한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운영상 해결책이 있다"고 2안을 꺼내 들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오르반 총리가 "헝가리의 관점은 우크라이나에 지원금을 주고 싶다면, 5년 동안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3개월 안에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단기 지원으로 변경을 촉구해 온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헝가리 조건을 수용한다면 사실상 해마다 헝가리에 우크라이나를 향한 EU의 자금 지원을 차단할 권한을 부여하는 셈이 된다. 한 해 지원을 대가로 오르반 총리에게 강한 입김을 행사할 지형을 형성하게 되는 탓에 EU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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