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2% 성장 전망…건설투자 1.2% 감소
민간소비 위축되고 고물가 흐름 지속 전망
상반기 65% 재정집행·물가 안정에 안간힘
전문가 "2.2% 달성 어려워…경기 침체 지속"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올해 우리 경제가 2.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상중하중'(上中下中)의 경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반도체와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되겠지만,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건설경기 부진과 내수 위축이 이어지면서 '저성장 늪'에 갇힐 거라는 판단이다. 여기에 지정학적 갈등과 주요국들의 선거 등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한 상황이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2.2%로 제시했다. 지난해(1.4%·정부 전망치) 1%대 성장률을 극복하고 2%대로 올라서지만, 큰 반등 없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의 낮은 성장세를 이어갈 거라는 관측이다.
이번 전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3%)보다 낮으며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비슷하다. 한국은행(2.1%), 한국금융연구원(2.1%), 산업연구원(2.0%)은 정부보다 비관적으로 경제를 바라봤으며 LG경영연구원(1.8%), 신한투자증권(1.7%)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1%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수출이 올해 우리 경제 성장의 버팀목이 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 교역이 회복되고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지난해(-7.4%) 부진을 딛고 반등할 거라는 시나리오다. 설비투자도 지난해 -0.2%에서 올해 3.0% 증가로 돌아설 것으로 봤다.
반면 민간 소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8% 성장에 그치며 내수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실질소득이 감소해 서민들이 지갑을 닫을 거라는 추측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3.6%에서 올해 2.6%로 점쳤다. 상반기까지 3% 내외의 고물가 흐름을 이어가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폭이 둔화할 거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분기별로 0.5% 성장하는 등 상중하중 수준의 경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이 올해 바라본 '상고하저'(上高下低)와 사뭇 다른 전망을 제시한 셈이다. 다만 경제 회복의 온기가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면서 상반기에는 여전히 민생 어려움이 지속될 거라고 진단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경제지표 성장률 흐름을 볼 때 수출은 상반기 먼저 좋아지고 내수가 시차를 두고 점차 좋아지는 모습"이라며 "상반기 수출에 비해 내수가 부진하면서 체감 경기가 좋지 않을 거라는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건설 경기도 우리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꼽힌다. 지난해 2.7% 증가한 건설투자는 올해 1.2% 뒷걸음질할 것으로 예측된다.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건설 수주와 착공이 부진한 데다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건설업계의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갈 거라는 우려다. 여기에 고물가에 따른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동산 파이낸싱 프로젝트(PF), 가계부채 증가 등 잠재적인 위험 요인도 도사리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과 함께 1월 대만 총통 선거, 3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6월 유럽연합(EU) 의회 선거,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주요 정치 이벤트 등도 우리 경제 성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에 정부는 상반기에 대책을 쏟아부어 경기 하강을 방어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26조4000억원을 중심으로 상반기에만 역대 최고 수준인 65%의 재정을 조기 집행한다. 집행을 앞당길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단축하고, 선지급 한도도 확대한다.
얼어붙은 지방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해 한시적으로 비수도권 개발부담금을 100% 면제하고, 학교용지부담금도 처음으로 50% 감면한다. 부동산PF 연착륙을 위해 85조원 규모 유동성 공급도 조속히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상반기 2% 물가 조기 안착을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지원과 에너지바우처 등 물가 관리 대응 예산을 전년 대비 1조8000억원 확대해 10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 역대 최고 수준인 21종 관세를 면제·인하해 상반기 중 30만t을 신속히 수입하고 전기요금, 버스요금 등 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 기조로 운영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내수가 예상보다 더 둔화하면서 올해 정부의 성장률 달성은 힘들 거라는 전망을 제기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수출, 부동산 의존도, 가계부채 급증 등 우리 경제가 구조상의 한계에 부딪혀 저성장 기조가 굳어질 거라는 우려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수출 외 분야인 부동산 PF와 내수에 어려움이 예상되면서 올해 성장률은 2.2%보다 낮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 영향으로 내수와 소비가 침체한 상황에서 수출이 회복되지만, 이것만으로 성장률 2.2%는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내년 성장률이 (정부 제시대로) 낙관적이면 잠재성장률 수준, 비관적이면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만큼 경기 둔화 또는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상반기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게 물가 상승을 부추겨 내수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석병훈 교수는 "올해 우리 경제는 엘자(L)형으로 상반기에는 물가 안정, 하반기에는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상반기에 재정 65% 조기 집행은 물가를 더 상승시킬 요인으로 시기상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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