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구속기소…검찰 "먹사연, 사적 정치활동 지원"(종합2보)

기사등록 2024/01/04 15:54:52 최종수정 2024/01/04 18:15:29

"활동비 전체가 정치활동 지원 목적"

돈 봉투 최종 승인…"물적 증거 확인"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3.12.18.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류인선 전재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혐의의 정점인 송영길 전 대표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살포를 최종 승인했다고 파악하고 돈 봉투 수수자 수사도 이어가겠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송 전 대표를 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송 전 대표는 2020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외곽조직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7억63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치자금은 규정된 방법에 따라 정해진 한도 만큼만 모금할 수 있는데, 먹사연을 통해 정치자금법의 규제를 회피했다고 검찰은 본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먹사연의 인건비, 활동비 등 전체가 송 전 대표의 사적인 정치활동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확인됐고, 경선캠프 운영비와 지원비로도 쓰였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후원금 유치·관리 담당인 박모 이사를 기업인들과 만남에 배석시켜 후원금 유치를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후원금을 낸 기업인의 사업상 현안을 지역구 선거 공약으로 추진하거나 고액 후원자의 사업상 현안 관련 청탁을 적극 챙긴 것으로 조사했다.
[서울=뉴시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를 통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구조도.  *재판매 및 DB 금지
검찰은 7억6300만원 중 4000만원은 여수상공회의소 회장 출신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청탁 명목으로 받은 뇌물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전관을 통해 청탁을 전달했는지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를 통해 확인하고 기소했다"며 "실현하기 위해 (송 전 대표가)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최종 책임자를 구속 기소함으로써 민의를 왜곡하고 정치적인 부패를 야기하는 이른바 '정경유착' 범행을 엄단했다"고 했다.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서는 불법 선거자금 6000만원을 받는 과정에 관여하고, 국회의원에게 살포하는 용도의 돈 봉투 20개(총 6000만원)를 윤관석 무소속(전 민주당) 의원에게 전달하는 일에 공모한 혐의도 있다. 지역본부장 10명에게 650만원을 살포하는 데에 공모한 혐의도 적용됐다.

불법 선거자금을 담당한 것으로 의심받는 인물은 송 전 대표의 최측근인 박용수 전 보좌관인데,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박 전 보좌관을 통해 캠프 자금의 관리 및 집행에 대한 보고·승인 체계를 수립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송 전 대표가 의원 등에게 돈 봉투를 살포해 지지를 받겠다는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는 것이 검찰 조사 결과다. 돈 봉투를 살포하자고 최초 제안·권유 사람은 윤 의원이지만 송 전 대표가 최종 승인한 '정점'이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과정서 확인된 인적 관련자 진술, 물적 증거, 휴대폰 메모나 문자메시지, 일정표 등을 근거로 박 전 보좌관을 포함한 송 전 대표의 관여가 있었던 부분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정당 내부에서 벌어진 은밀한 '금권선거'의 진상을 규명했고, '금권선거' 관행을 근절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검찰은 돈 봉투(각 300만원·20개)의 흐름을 계속 추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임종성·허종식 민주당 의원과 이성만 무소속(전 민주당) 의원을 수수자로 특정했고, 허·이 의원을 불러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서울=뉴시스]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돈 봉투' 의혹 관련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구조도.  *재판매 및 DB 금지
세 의원 외에도 윤 의원에게서 돈 봉투를 받은 혐의를 받는 이들을 특정하기 위해 국회 출입기록 등을 확보해 기존 수사 자료와 비교 분석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한편 송 전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구속 전·후 각 1차례 조사가 진행됐는데,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라"고 하고 검찰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송영길 검찰탄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5일 발족식·북 콘서트를 열고 검찰의 수사가 부당했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효림스님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전·현직 국회의원이 추진위원으로 참여한다. 송 전 대표는 변호인을 통해 수사에 대한 메시지를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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