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이미 늦은 대학 구조개혁…'해산장려금' 진통에 입법 지연

기사등록 2024/01/04 08:30:00

[학교 사막지대③]지역도 소멸시키는 대학위기

정원 안 줄이면 2040년 미달 규모 20만명 달해

회생과 퇴로 위한 사립대학구조개선법안은 계류

오늘 상임위 법안소위 심사…사실상 마지막 기회

[서울=뉴시스] 지난 2017년 8월10일 오후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열린 '서남대학교 폐교 반대 투쟁 총학생회 기자회견'에 참가한 서남대 학생들이 정상화 촉구 피켓을 든 모습. 서남대는 같은 해 12월 교육부의 대학 폐교 명령에 따라 이듬해인 2018년 2월말 문을 닫았다. (사진=뉴시스DB). 2024.01.04.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1. 지난해 11월 전북대는 교육부 '글로컬대학30'에 지정되며 전북 남원시 엣 서남대 부지에 글로컬캠퍼스를 세울 예정이다. 전북대와 남원시는 이런 '대학 재생'을 통해 유학생 1200명 등 2000여명의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경식 남원시장은 "서남대 폐교 이후 지역침체의 고통과 상실감에 빠져 있던 시민들께 좋은 소식"이라고 했다.

#2. 옛 서남대가 폐교될 당시인 2018년 3월 강원 동해시에서는 한중대가 문을 닫았다. 관내 유일한 대학이 폐교될 당시 동해시 인구는 9만2023명이었다. 지난해 11월 동해시 인구는 8만8712명으로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조례도 만들고 출산장려금이나 주소이전도 추진했으나 역부족인 듯하다.

'벛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지방대 위기는 이미 현실이 됐다. 2018년 3월 지역 대학을 잃은 전북 남원시와 강원 동해시의 사례는 '학교 사막지대'가 단순히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을 무너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교육계에서는 이대로 상황을 방치하면 지방대 전체가 몰락에 이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 지 오래다.

대학교육연구소의 '학생 수 감소와 사립대학 재정 건전화 방안 연구'를 보면 지난해 이미 만 18세 학령인구보다 대학 입학정원이 2만685명 더 많았다.

보고서는 2022년 대학 입학정원(46만3515명)이 유지될 경우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와 비교해 분석한 것으로, 오는 2040년 학령인구가 25만명대로 감소해 정원 미달 규모가 20만4511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2022년 일반·산업·교육·전문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93.3%에 그쳐 3만896명이 미달했다. 특히 일반 국공립대학(98.4%)보다 사립대(95.7%)가 더 열악했다.

우리나라 대학의 약 80%는 사립대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사립대학재정통계연보를 보면 장기간 등록금 동결로 그 수치가 줄었지만 여전히 지난해 사립대 등록금 의존율은 51.4%였다. 신입생이 줄고 있는데 대학 재정의 절반은 여전히 등록금에 의존하는 것이다.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보고 윤석열 정부 교육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추진하기 시작한 방책이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다. 현재 국회에 국민의힘 이태규·정경희, 더불어민주당 강득구·문정복 의원안 총 4건이 계류돼 있다.

법안은 재정난이 극심한 경영위기대학이 자구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등 현행 법률에서 인정하지 않던 특례를 부여하는 근거를 담고 있다.

정부안으로 평가되는 이태규 의원 발의안을 기준으로 살피면 대학 간 기업식 인수합병(M&A)도 가능하다.

사립대가 시설과 교육과정, 교직원과 재산의 전부나 일부를 양도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학교 땅이나 건물을 팔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는데 예외를 적용하는 것이다.

법적 근거가 없어 쓰지 못하고 쌓인 자금도 최대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경영위기대학으로 지정되면 법률에 장학금 지급이나 건축 등 그 목적이 정해져 있는 적립금을 구조개선 이행 목적으로 전용할 수도 있다는 특례 조항도 있다.
[서울=뉴시스] 지난 2022년 12월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서 비수도권 대학 부스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4.01.04. photo@newsis.com
그럼에도 결국 사립대가 회생 대신 법인 해산을 택해야 한다면 남은 재산 일부를 새로 만들 공익법인, 사회복지법인, 사학진흥기금으로 넘길 수 있도록 했다.

대학이 문을 닫지 않도록 각종 특례 조치로 긴급 처방을 내리고 여의치 않아도 지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형태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법안은 다른 이유로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안에 담긴 '해산장려금'이 논쟁의 불씨가 됐다. 해산에 나서는 사학법인 측이 남은 재산을 공익법인 등으로 넘길 때 최대 30%를 '잔여재산 처분계획서가 정한 자'에게 줄 수 있도록 한다는 조문이다. 대학 설립자나 그 친인척이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이 해산장려금에 반대해 왔다. 비리 사학 운영진의 '먹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폐교한 대학이 20개교인데 이 중 15개교가 교비회계 횡령이나 회계 부정 등 사학비리가 원인이 됐다.

광주예술대·아시아대·명신대·선교청대·건동대·국제문화대학원대·한중대·서남대·성화대·벽성대·동부산대·개혁신학교·한민학교·서해대 그리고 지난해 한국국제대까지 사학비리 의혹이 있거나 법원 판결을 받았다.

옛 성화대 교수인 이덕재 한국교수발전연구원 이사장은 "회계만 투명하면 1~4학년 재학생을 다 합해 1000명인 중소형 대학도 손익분기점은 충분히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여당은 해산장려금이 경영위기대학의 질서 있는 퇴로를 확대하는 필수 조건이라는 입장을 고수, 21대 국회 막바지까지 법률이 진통을 겪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4일 오후 1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사학구조개선법에 대한 조율에 나선다. 이날 합의되지 못하면 당장 총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 법안은 폐기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한국사학진흥재단 관계자는 "그간의 구조조정 정책은 법이 없는 상태에서 재정적 지원 여부만 가지고 정책적인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었던 한계가 있었다"며 "법률이 통과되면 한계에 놓인 사립대학들이 회생을 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운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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