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듬해 1월 도로살얼음 집중
5년간 4609건…겨울철 안전사고 주의보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의 1.5배 달해
기상청, 내비게이션 구간 경고 운영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최근 많은 눈이 내렸다가 추운 날씨로 얼어붙으면서 도로 위 암살자라고 불리는 '블랙아이스'(도로 살얼음) 관련 교통사고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기상청은 운전자들이 위험 구간을 지나기 전 이를 사전에 알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4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1시께 서울 광진구 자양동 성동초등학교 인근 오르막길을 오르던 마을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버스 탑승객과 기사, 행인을 포함한 7명이 경상을 입었고, 이 중 이마를 다친 1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블랙아이스 현상을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블랙아이스란 기온이 갑작스럽게 내려갈 경우, 도로 위에 녹았던 눈이 다시 얇은 빙판으로 얼어붙는 도로 결빙 현상을 말한다.
블랙아이스는 도로 위 매연이 함께 얼면서 검은색을 띠기 때문에 주행 중 발견하기 힘들다. 실제 사고 당일 서울에 12월 기준으로 42년 만에 가장 많은 적설량인 12.2㎝의 눈이 내렸는데, 이후 차량이 지나다니며 눈이 녹았고 낮은 기온에 재차 얇은 얼음 막이 생겨 차량이 미끄러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처럼 겨울철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는 한번 사고가 나면 많은 사상자를 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도로 위 결빙으로 일반 노면보다 차량의 미끄러짐이 심해 다중 충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 예로 작년 이맘때쯤인 지난해 1월15일 오후 경기 포천 소흘읍 이동교리 포천 방향 고속도로 터널 인근에서 차량 44대가 연쇄 추돌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 33명이 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량 1대가 도로 위 결빙으로 미끄러져 중앙분리대에 부딪히며 사고가 나자, 뒤따라오던 차량들이 연쇄적으로 추돌한 것이다. 당시 포천에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져 많은 눈이 내렸고, 도로가 얼어붙어 미끄러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이 같은 결빙 교통사고는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총 4609건이 발생했다. 5년간 사망자는 107명, 부상자는 7728명에 달했다. 치사율은 2.3으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인 1.5보다 약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겨울철 사고가 급증하는 추이를 보이는데, 최근 5년간 월별 사고 건수(인명피해)는 ▲11월 133건(252명) ▲12월 1962건(3350명) ▲1월 1526건(2537명) ▲2월 867건(1484명) ▲3월 66건(123명)이다.
결빙 교통사고는 1건당 2명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해당 기간 연평균 일반적인 날씨(건조) 상태에서의 사고 1건당 인명피해는 1.5명인 점을 미뤄볼 때 12월~이듬해 1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블랙아이스 사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결빙 교통사고(4609건) 중 76%(3488건)가 12월~1월에 집중되기도 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최근 눈과 비가 많이 와 블랙아이스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지점에 대해선 제설제를 뿌리는 등 최대한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고, 사고 발생 시 빠른 응급조치를 위해 대형 구난차도 사전 배치한다"고 밝혔다.
기상청도 지난해부터 '티맵' '카카오내비' 등 민간 내비게이션 업체와의 정보 교류를 통해 운전자들이 블랙아이스 지점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운전자가 블랙아이스로 인해 미끄러운 고속도로를 지날 때 특정 구간에 블랙아이스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면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300m 전에 이를 알려주는 것이다. 올해는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아울러 기상청은 내년까지 전국 31개 주요 고속도로에 블랙아이스 측정 관련 도로 기상관측망을 확대 설치할 예정이다. 올해 안에 경부선·중앙선·호남선·영동선·통영대전중부선 등 교통량이 많은 5개 노선을 중심으로, 내년엔 나머지 24개 노선에 관측망을 설치할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