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현경 기자 = 문화재청은 올해 강추위와 이상 기후 속 문화재 보호를 위한 전력을 쏟아내는 시간을 보냈다.
4월 강원도 강릉에는 강풍으로 산불이 발생해 민간 100가구가 손실되고 주민 8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문화재 피해도 있었다. 강원도 유형문화재인 방해정은 일부 소실되고 경포호 인근의 비지정문화재인 상영정은 다 타버렸다.
다행히 보물인 강릉 경포대와 국가민속문화재인 강릉 선교장에 대한 사전 살수 작업을 진행했고, 경포대 현판 7개는 소실되기 전 미리 떼내 오죽헌박물관으로 옮겨 더 큰 피해를 막았다.
올해 여름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극한 호우에 문화재가 잠기고 떠밀려갔다. 6월부터 내린 장맛비에 문화재 피해가 이미 일어난 상황에서 하루 최대 250~300mm 비가 쏟아지는 '극한 호우'에 문화재 피해는 41여건으로 집계됐다.
충청과 호남 경북 북부, 전북에 하루 최대 250mm 이상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져 왕궁리 유적 서측 궁장 일부 구간이 침수되고 천연 기념물 원주 반계리 은행 나무가 꺾였다. 천연기념물은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이라지만, 등록 문화재인 영광 창녕조씨 관해공 가옥의 담장도 무너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겨울에는 한 밤중 일어난 경복궁 낙서 테러로 국립문화재연구원 등 전문가 20여명이 나서 문화재 복구 작업에 열을 쏟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16일과 17일 연속으로 일어난 스프레이 낙서 테러에 경복궁 영추문 담벼락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의 훼손 범위는 44여m에 이른다.
화학 약품을 이용해 색을 빼내는 작업과 각종 장비로 원형 상태를 보존하는 등의 작업이 진행됐다. 16일부터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강추위에 맞서 진행된 복구 작업은 닷새 동안 약 50% 정도 이뤄졌다. 스프레이 흔적이 전체적으로 옅어졌고, 마무리 단계만 남은 상황이다.
강추위가 지속되자 문화재청은 21일부터 25일까지 복원 작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날씨와 작업 과정을 고려한 결정이다. 문화재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의 훼손 방를 위한 대책 마련과 예산 편성을 준비 중이다.
지난 9월에는 유네스코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국민에 큰 기쁨을 안겼다. 특히 이번 가야고분군 등재가 의미가 있는 이유는 민, 관, 학이 10년간 노력한 결실이기 때문이다. 201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이후 2021년 1월 유네스코로 신청서가 제출됐다.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ICOMOS)의 현지실사 등 심사 과정을 거쳐 올해 5월 '등재 권고' 의견을 받으면서 등재로 이어지게 됐다.
가야고분군은 2021년 '한국의 갯벌'에 이은 16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올해 가장 주목된 변화는 '문화재(文化財)' 명칭이 60년 만에 '국가유산'로 바뀌게 된 점이다. '재화'적 성격이 강한 '문화재'를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유산'으로 이름을 바꿔 개념을 확장하기 위해 '국가유산기본법'이 마련돼 지난 4월 통과됐다. '국가유산' 체제 전환으로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으로 분류되며, 국제기준인 유네스코 체계와 부합되는 정책 추진도 준비중이다. 내년 5월부터는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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