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연이은 근무연…'특수통'으로 이름 날려
'최연소 검사장' 됐으나 조국 수사 뒤 거듭 좌천
尹 당선 뒤 재기…첫 법무부 장관으로 깜짝 발탁
'야권 저격수' 활약…지속적 여당 러브콜 결국 수락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검사 시절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으로서 이번 정부 출범 이후 내내 거취를 주목받았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마침내 정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21일 법무부에 따르면 한 장관은 이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했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5시 진행된 이임식에서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고 싶었다. 그리고 이 나라의 미래를 대비하고 싶었다"고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소회를 밝혔다.
만 22세의 나이로 일찌감치 사법시험에 합격한 한 장관은 검사로 임관한 뒤 능력을 인정받아 검찰과 법무부에서 요직을 거쳤다.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으로 있으면서 당시 선임연구관이던 윤 대통령과 근무연을 맺었다. 이때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론스타 부실 매각 사건 등 굵직한 부패사건 수사에 투입되며 특수수사 경력을 쌓았다.
이후 이명박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 법무부 검찰과 검사, 대검 정책기획과장 등을 거쳤고 2016년엔 '국정농단' 특검팀에 파견돼 수사팀장이던 윤 대통령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
둘의 인연은 계속 이어져 한 장관은 2017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3차장 검사로서 보좌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 기소했다. 2019년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윤석열 검찰총장 곁을 지키며 함께 승승장구했다.
한 장관은 역대 최연소 검사장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급격히 관계가 틀어졌다. 추미애 법무부는 2020년 1월 한 장관을 부산고검 차장검사를 발령냈고, 이후 '채널A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지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 비수사 보직으로 거듭 좌천시켰다.
한때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의 공범으로 지목돼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았던 한 장관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4월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으로 기소됐던 이 전 기자도 지난 2월 무죄가 확정됐다.
해당 사건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 장관과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었던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 장관은 정 연구위원을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했고, 정 연구위원은 기소까지 됐지만 지난해 11월 무죄를 확정받았다.
내리막길을 걷는 듯 했던 한 장관의 신세는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반전됐다. 전 정권에 대한 수사를 주도할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로 갈 것이란 세간의 관측은 빗나갔으나 대신 현 정부 첫 법무부 수장 자리를 꿰찼다.
장관 취임 뒤엔 정치권 등을 겨냥한 거침없는 발언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장기간 진행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 등을 두고 야당 의원들과 언쟁을 반복했고, 지난해 12월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뇌물 혐의와 관련해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며 "돈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녹음돼 있다"고 밝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엔 이 대표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가 공직 생활 내내 세금 빼돌려서 일제 샴푸 사고 가족이 초밥 먹고 쇠고기 먹었다. 탄핵 사유가 되나. 헌법재판소도 그 정도는 인용할 것 같다"고 말하는 한편,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해선 "송 전 대표 같은 일부 운동권 정치인들이 겉으로 깨끗한 척 하면서 재벌 뒷돈 받을 때 저는 어떤 정권에서나 재벌과 사회적 강자에 대한 수사를 엄정하게 했다"고 직격하는 등 직설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출마설은 임기 내내 한 장관을 따라다녔다.
여권에선 총선 등을 고려해 한 장관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냈고, 차기 대선 선호도 여론조사에선 이 대표와 접전을 벌이는 경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법무부 장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을 그어왔던 한 장관이지만, 최근 들어선 기류가 바뀌어 "만약 여의도에서 일하는 300명만 쓰는 고유의 어떤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문법이라기보다는 여의도 사투리 아닌가. 저는 나머지 5000만이 쓰는 언어를 쓰겠다"고 말하며 사실상 정치 출사표를 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후 한 장관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추대론에 무게가 실리던 지난 19일엔 기자들과 만나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길이 아니었고 많은 사람이 같이 하면 길이 된다"며 사실상 비대위원장직 수락을 시사했다.
정부 출범 1년 7개월 만에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천된 한 장관은 오는 26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임명되면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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