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HMM 인수후보 결정…'승자의 저주' 피할 수 있나?

기사등록 2023/12/19 09:57:20 최종수정 2023/12/19 10:19:29

하림 "팬오션 시너지로 HMM 발전시킬 것"

무리한 자금조달에 해운 불황까지 우려 여전

노조 반발도 숙제…"모든 방안 동원해 투쟁"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서울 여의도 HMM 본사 사무실에서 직원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3.11.23. ks@newsis.com
[서울=뉴시스] 이다솜 기자 =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의 새 주인이 되면서 재계 순위가 13위권으로 또 한번 뛰어올랐다. 그러나 HMM 인수 과정에서 무리한 자금 조달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높은 데다 해운 불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승자의 저주' 리스크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하림그룹 지주사인 하림지주는 입장문을 내고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18일 밤 HMM 경영권 매도인 측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림지주는 "하림그룹은 앞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갖고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하림그룹이 이렇게 본계약을 체결하면 자사 벌크 전문 해운사인 팬오션과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HMM를 인수한 하림이 자칫 기업 규모가 더 큰 기업을 인수할 때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실제 HMM 자산 규모는 25조8000억원으로 하림그룹(17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게다가 HMM의 인수가는 6조4000억원으로 하림의 현금 보유액 10조원의 60%를 넘는다. 이 때문에 자체적인 자금조달은 어렵고,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와 유가증권 매각,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입찰 과정 때부터 하림이 무리한 자금 조달을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았다.

해운시장이 장기 불황에 빠지고 있는 것도 하림 측이 극복해야 할 문제다. 해운업체 실적과 직결되는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800~1100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월 5000을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3분기 실적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덴마크 머스크를 비롯해 이스라엘 국적의 컨테이너선사 짐라인 등은 이미 적자로 돌아섰다. HMM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97.1% 하락한 758억원에 그쳤다. 올 4분기에도 200억원을 겨우 넘는 영업이익에 그칠 전망이다.

HMM 노조 반발도 넘어야 할 숙제다. 현재 사측과 단체협약을 진행 중인 HMM해원연합노조는 사측에 협상 결렬을 통보하고 파업에 나설 방침이다. 노조는 특히 이번 하림의 HMM 인수가 '졸속 매각'이라고 비판하며, 매각 절차를 중단시키기 위해 모든 방안을 동원해 투쟁한다는 입장이다.

하림지주는 이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입장문에 "HMM과 팬오션은 컨테이너-벌크-특수선으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며 "양사가 쌓아온 시장수급 및 가격변동에 대한 대응력이라면 어떠한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황도 충분히 타개해 나갈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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