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변호사 "가족이 크게 다쳤다" 119신고 공개

기사등록 2023/12/15 15:46:36 최종수정 2023/12/15 16:09:16

이성만 의원 119 신고자 녹취록 입수

前 국회의원 아버지가 통화 넘겨받아

"응급처치 할 상황 아냐…피 많이 흘려"

경찰 "부친은 혐의점 없어 입건 안 해"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아내를 둔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 A씨가 지난 12일 서울 성북구 성북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2023.12.12.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아내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가 범행 이후 119에 신고한 기록이 공개됐다.

119 신고 녹취록에는 전직 다선 국회의원인 피의자의 아버지가 소방 출동 전 이미 현장에 도착해 구급대원과 나눈 대화도 담겼다.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성만 무소속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119신고자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7시49분께 119에 "여기 구급차가 급히 필요하다. 우리 가족이 아프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119상황요원이 가족 중 누구 아프냐고 묻자 신고자인 50대 남성 A씨는 "와이프"라고 답했다.

이어 상황요원이 아내의 상태를 상세하게 설명해달라고 요구하자 A씨는 "지금 다쳤다"며 "크게 다쳤다. 머리도 다치고 크게 다쳤다"고 전했다.

의식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의식이 조금 있다"며 "(부르면) 조금 반응은 하는데 크게 반응은 안 한다"고 답했다.

아내의 응급처치를 위해 상태를 상세하게 묻는 상황요원의 이어지는 질문에 A씨가 "정확하게 모르겠다"며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자 옆에 있던 그의 아버지 B씨가 전화를 받아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의 부친은 검사 출신 전직 다선 국회의원으로, 피의자가 사건 발생 직후 119보다 먼저 연락해 현장에 온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119상황요원에게 "일단 빨리 와 달라.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지금 사고가 나서 피를 많이 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해서 확인한 A씨 부인은 위중한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구급활동보고서에는 "접촉 당시 환자가 무의식, 무호흡, 맥박이 없다"며 "외상성 심정지로 추정된다"는 등의 내용이 적혔다.

피해자는 같은 날 오후 9시께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12일 A씨를 살인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함께 있던 아버지 B씨에 대해선 "범죄 혐의점이 없어 입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f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