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컴퍼니, 18일 청약 시작…거장 쿠사마야요이 '호박'에 투자
첫날 바로 매매 안돼…투자계약증권 특성 이해 필요
수요예측 없는데…가격 부풀리기 방지 어떻게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국내 첫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함에 따라 소액으로도 유명 작가 미술품이나 한우 등 고액 자산에 투자할 길이 열렸다. 1호 상품은 미술품 투자 플랫폼 업체 열매컴퍼니가 쿠사마야요이의 '호박'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투자계약증권으로, 18일부터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일반적인 주식 공모주 투자와 다른 점도 많다. 거래소를 통해 언제든 매매가 가능한 상장 주식과 달리 투자계약증권은 2차거래 시장이 없어 즉시 매매가 어렵고, 증권사 플랫폼이 아닌 발행 업체 홈페이지를 통해 청약 접수를 받는다. 금감원은 투자계약증권의 최초 발행 사례인 만큼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들을 당부했다.
◆공모주 대신 미술품 소액투자? "주식처럼 매매 안돼"
15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날 열매컴퍼니가 금감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 효력이 발생함에 따라 투자계약증권 투자가 가능해졌다.
이는 금감원이 5개 조각투자 업체들의 사업을 승인한 지 약 5개월 만이며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 효력이 발생하는 최초 사례다.
효력 발생에 따라 열매컴퍼니는 18일부터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증권신고서를 확인하고 직접 기초자산이 되는 쿠사마 야요이 그림을 실물 확인할 수도 있다. 투자 적합성 테스트까지 거치면 18~22일 진행되는 청약에 참여할 수 있으며 다음달 4일 증권을 배정받고 공동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청약 접수는 아트앤가이드 홈페이지에서 케이뱅크 가상계좌를 부여받고 해당 계좌를 통해 납입을 진행하게 된다.
1인당 청약 한도는 3000만원이며, 주식과 달리 청약 증거금은 50%가 아닌 100% 전부를 넣어야 한다.
배정받은 투자계약증권은 바로 팔 수 없다. 상장 후 첫날부터 매매가 가능했던 주식과 달리 2차 거래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중간 배당금도 없다. 투자한 돈은 추후 작품을 매각한 뒤 처분 수익과 함께 돌려받을 수 있다.
이번 투자계약증권의 경우 매각이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3~5년 간 돈이 묶일 수 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공동사업 운영기간은 총 3년이며, 3년 경과 후 투자자 총회 결의를 통해 1회에 한해 운영기간을 2년 연장할 수 있다.
관건은 열매컴퍼니가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기초자산을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지다. 열매컴퍼니를 비롯한 각사는 그간 자산 매입 후 매각까지 몇개월이 걸렸는지 평균 기간을 보여주고 있어 투자시 참고할 수 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번 투자계약증권은 투자성향 '1등급 공격투자형'에 적합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가격 부풀리기 안돼"…금감원, 회사도 10% 선투자·가치평가 객관화 주문
주식 공모주와 다른 점은 청약 전 '수요예측' 절차가 없다는 점이다. 기업은 주식 발행하기 전 적정 공모가 산정을 위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지만, 투자계약증권은 발행인인 회사가 매입한 가격에 플러스 알파를 더하는 식으로 가격을 산정한다.
금감원은 가격 산정시 투자자와 발행인 간 이해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령 그림을 비싼 가격에 사 싼 가격에 팔아 투자자들에게 수익이 돌아가지 않더라도 발행인은 수수료만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공동투자자로서 책임을 다할 명분이 약해지고 투자자 보호가 취약해질 수 있다.
이에 지난 7월 감독당국이 5개 조각투자 업체들의 사업 재편을 승인한 뒤 지난 5개월 간 금감원이 업체들에게 주문한 점도 이 같은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사항들이 주를 이뤘다. 5개월 열매컴퍼니뿐 아니라 여러 업체들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금감원은 수차례 보완을 요청했다. 열매컴퍼니 역시 최초 제출일은 10월이었으나 세차례의 정정을 거쳤으며, 아예 기존 신고서를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한 뒤 제출한 회사도 있다.
금감원은 기초자산의 매입 출처를 명확히 밝히고 자산 가치의 평가에서 객관성을 갖출 것을 요청했다. 어디서, 어떻게 매입했으며 매입한 곳과 이해관계가 있는지까지 충실히 기재토록 했다. 횡령을 방지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자산 가치에는 매도인이 참여하지 못하게 해 역시 이해충돌을 방지했으며 외부 평가 전문가의 경력과 의견을 충분히 기재토록 했다.
아울러 발행되는 증권의 10%는 발행인에게 선배정하도록 했다. 회사가 투자자와 소위 '한배'를 타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회사도 싼값에 매입해 비싼 가격에 팔고 나온다는 공동사업 목적에 충실할 유인이 생긴다.
이 밖에도 금감원은 청약 한도부터 배정 방식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보완을 주문했다.
1인당 청약 한도를 1억원에서 그 이하로 낮추고 주당 가격도 소액 투자 취지에 맞게 기존 100만원으로 써냈던 걸 10만원 이하로 낮추도록 조정했다. 또 청약 전단계에서부터 투자자들이 작품 실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업체들과 합의를 봤다.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비례·균등 배정으로 진행하도록 하고 투자자 적합성 테스트를 도입해 불완전 판매를 방지한 부분도 있다.
이번에 효력이 발생한 열매컴퍼니의 증권신고서는 5개월 간 금감원과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산물로 봐도 무방하다.
금감원은 "이번 증권신고서는 조각투자 관련 증권성 판단(지난해 11월), 사업 재편(7월),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12월)까지 자본시장의 새로운 서비스가 제도권 내로 수용된 첫 사례"라며 "미술품 이외 향후 다양한 기초자산의 투자계약증권 발행에 대비해 관련 업계·전문가와 적극 소통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면밀한 심사를 지속하겠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