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신당에…친명 "옹호한 사람 나가라" 비명 "일방적 강요 말라"

기사등록 2023/12/14 15:57:01 최종수정 2023/12/14 16:08:31

'불출마 친낙' 오영환 "일방적 단합 강요하지 말라"

친명 김민석 "그럴거면 당 나가라…신당 초전박살 내야"

"김민석 사쿠라 발언 선 넘었다" 자중 촉구 목소리도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원칙과상식', 더불어민주당 혁신 제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민, 조응천, 윤영찬, 이원욱 의원. 2023.12.14.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조성하 기자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자 14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이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계파 간 격한 설전이 벌어졌다.

친명(친이재명)계 3선 중진인 김민석 의원이 이 전 대표를 '사쿠라(변절자) 노선'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데에는 "너무 나갔다"는 자중의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 개편과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등 당내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당초 선거제 개편 방향을 놓고 격론이 오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총장을 뜨겁게 달군 것은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이었다. 비명계는 민주당의 자성을 촉구한 반면 친명계는 이 전 대표가 당내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고 거칠게 비판했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영환 의원은 이 전 대표와 당내 비주류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을 두둔하며 "이들의 공통점은 본인들의 소신과 판단을 수많은 비난을 예상하면서도 이야기한다는 것"이라며 "소수 의견이 옳고 그름을 떠나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고 비난하는 것이 민주당다운 모습인가"라고 따졌다.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오 의원은 친명계를 겨냥해 "'수박'(비명계 의원을 비하하는 용어)을 넘어 '협잡', '사쿠라', '정치꾼' 등의 언어로 소수의견을 비난하는 것이 그리도 시급한가"라며 "오히려 생각이 다른 이들은 용납할 수 없다며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모습이 혐오와 막말, 증오를 일삼는 강성 지지자들과 다른 모습이 무엇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무조건적인 일방적 단합과 내부를 향한 침묵을 강요하지 말라"며 "다른 생각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탈하는 사람까지도 마음을 돌리고 인정하고 존경하고 따를 수밖에 없는 리더십, 국민이 감동하는 혁신과 헌신, 희생, 결단의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이재명 대표와 친명 지도부 등 당내 주류에 기득권을 내려놓는 '선당후사'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 의원의 공개 발언에 혁신계를 표방하는 비주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 소속의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이 가세하지는 않았다.

의총 전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 등 지도부 사퇴 뒤 '통합형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고 공개적으로 요구해 재차 발언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김 의원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3.11.29. suncho21@newsis.com


그러자 '사쿠라'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김민석 의원이 반격했다. 그는 해당 발언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하면서도 "신당만큼은 안 된다. 초전 박살을 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의 신당을 옹호한 사람은 당에서 나가라"고 발끈했다.

다수의 의원도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에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내며 거들었지만 김 의원 격앙된 반응에는 친명계에서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같은 운동권 출신의 586세대 김한정 의원은 자유발언에서 '사쿠라' 발언은 선을 넘었다며 자중해야 한다고 맞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정몽준 의원 측에 합류한 전력을 거론하며 그런 말을 할 처지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었다고 한다.

한 중진 의원은 "김민석 의원이 자기변명이 너무 길었다"며 "다른 의원들은 대부분 그걸 더 안 좋게 본 것 같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지난달에 이어 선거제 개편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번에도 견해차가 큰 탓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전날 "선거법만은 지켜달라"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탄희 의원은 눈시울을 붉히며 '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재차 요구했고, 우상호 의원 등은 공개 발언을 통해 "병립형이든 연동형이든 선거제 방향을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자유발언을 통해 병립형 회귀는 반대 의견이 좀 많았다"면서도 "오늘 어떠한 것도 확정 짓거나 하는 결과는 없었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제 개편 결론 시기에 대해 "기본적으로 다음 주에는 어느 정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여야가 어느 정도는 합의하겠다는 말이 있었다"며 "원내에서 결정지을 게 아니라 지도부와 논의가 있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다음 주까지 지켜봐 주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kje1321@newsis.com, create@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