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별·정재형 등 아티스트 입체적 조명
17일까지 샘김·이진아·루시드폴 무대 이어져
앗, 미안합니다. 박새별 씨. 소문 아닌 기사는 괜찮지 않을까 해서…. 지난 8일 오후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 싱어송라이터 박새별은 4년 만에 연 콘서트로 인해 설렘이 가득했다. 그 사이 결혼하고 두 아이까지 얻은 엄마가 된 그녀는 지난 2주 동안 하루에 세 시간씩을 쪼개 연습에 매진했다.
지난 10월 발매한 새 EP '에버블루밍(Everblooming)에 실린 첫 곡 '봄은 너와 함께 다가와'로 공연의 포문을 연 박새별은 이어진 곡 '에버블루밍'에선 고음을 유려하게 뽑아냈다.
그런데 박새별은 공연 내내 눈시울을 몇 번 붉히고 코를 휑~ 풀었다. 포근한 소리의 질감을 만들어내는 U+ 스테이지 안에선 이마저 공연의 리듬이 됐다.
공간 변경이 가능한 블랙박스 극장인 U+ 스테이지의 장점 중 하나는 사운드다. 풍성하면서도 명징하다. LG아트센터 서울이 레이블 '안테나(Antenna)' 소속 아티스트들과 연말을 맞아 특별 기획한 '클럽 아크 위드 안테나(Club ARC with Antenna)' 성격에도 맞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팬들이 대기실까지 찾아와서 놓고 간 응원 메시지는 아티스트에게 더 직접적으로 힘을 준다. 박새별은 초창기 자신의 팬이 이번 음반 '에버블루밍'이 어느 음반보다 밝은 기운이 느껴져 좋다고 한 메모에 또 뭉클해했다.
박새별 앞엔 여러 수식이 붙지만 최근 가장 많이 인용되는 문구는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싱어송라이터'다. 올해 2월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를 받은 논문 제목은 '멜로디 유사성의 정량적 측정: 자연어 처리 기법을 중심으로'다. 멜로디를 텍스트로 변경해 따지면, 음정을 표현하는 소릿값이 아닌 단어 또는 문장 자격으로 의미를 가진 숫자들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날 전시엔 '뉴럴 모델을 이용한 자연어 처리'라는 그녀가 평소 읽는 책도 놓여 있었다.
이날 박새별은 AI에 대해 강연을 했는데 이런 내용은 전혀 몰라도 됐다. AI가 그린 그림이 박힌 엽서에 직접 사인을 해서 관객들에게 모두 나눠준 박새별은 AI가 아직은 낯선 관객 눈높이에 맞춰 최대한 쉽게 설명해줬다. 아이와 직접 만든 동물가면을 가지고 와서 사연이 뽑힌 네 관객에게 나눠준 뒤 이들 앞에서 동화구연하듯 AI를 풀어줬다.
콘서트계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의 탄생이다. 뮤지션과 공연장이 고급이고, 만듦새도 우아하게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최근 자신의 확고한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브랜드에 아낌 없이 지갑을 여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데, '클럽 아크 위드 안테나'는 티켓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수제 장인 솜씨 같은 공연이다.
공연장은 공연장 안으로 관객을 더 깊이 초대할 때, 뮤지션은 자신의 내면으로 팬들을 더 초대할 때 더 나은 체험을 선사할 수 있다. 그렇게 LG아트센터와 안테나가 궁극에서 만났다. 박새별 전후로 공연했던 윤석철은 재즈 클럽 같은 정경을, 춤까지 직접 연습해서 선보인 정재형은 자신의 인간적 매력을 펼쳐냈다. 샘김(12~13일), 이진아(14~15일), 루시드폴(16~17일) 무대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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