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적' 나발니, 일주일째 행방 묘연…美 "즉각 석방해야"(종합)

기사등록 2023/12/12 16:09:33 최종수정 2023/12/12 16:43:31

푸틴 대선 출마 공식화 직전 수감 중 실종돼

백악관 "깊이 우려…대사관 통해 파악할 것"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의 행방이 일주일째 묘연하다고 그의 대리인들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사진은 지난 10월13일 나발니가 재판에 출두해서도 법정 철창에 갇혀 있는 모습. 2023.12.12.

[서울=뉴시스] 신정원 이혜원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러시아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수감 중 실종됐다고 그의 변호인단이 11일(현지시간) 밝혔다.

CNN,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나발니는 이날 예정돼 있던 법원의 화상 심리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거의 일주일째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나발니의 대변인인 키라 야르미시는 이날 가디언에 "불행하게도 아직 그의 위치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변호인들이 알렉세이를 보지 못한 지 6일째"라고 말했다.
 
변호인들은 그가 수감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IK-6 및 IK-7 교도소에 접근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나발니가 그곳에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모스크바 인근 블라디미르 외곽에 있는 IK-6 멜레호보 교도소는 그가 마지막에 있었던 곳이다.

나발니는 사기 등 혐의로 11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리고 지난 8월 또 다른 혐의들로 징역 19년을 선고받았다.

그의 지지자들은 나발니가 정치적 목적으로 부당하게 갇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푸틴 대통령 집권 중엔 석방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나발니는 2020년 항공기에서 소련 시절 신경작용제인 노비초크에 중독돼 혼수상태에 빠진 뒤 독일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21년 1월 귀국한 뒤 곧바로 구금됐다. CNN과 유럽 독립언론 벨링캣은 공동 조사에서 러시아 보안국(FSB)의 연루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더욱이 나발니는 현재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국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러시아 영웅들에게 금메달을 수여한 뒤 연설하고 있다. 2023.12.12.

외신들은 나발니의 행방이 묘연해진 시점이 푸틴 대통령의 대선 출마 공식화 직전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가디언은 "러시아 정부가 선거 운동 전 나발니의 입을 막고 그의 지지자들로부터 그를 차단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8일 '조국 영웅의 날' 기념행사에서 내년 3월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80%에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어 당선 가능성이 높다. 이번 5선에 성공하면 2030년까지 6년을 더 집권하게 된다.

나발니의 실종 소식에 백악관은 즉각 우려를 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나발니가 일주일째 실종 상태고 대리인이나 가족도 그의 행방을 모른다는 보도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즉시 석방돼야 하며, 애초에 수감돼선 안 되는 사람"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모스크바에 있는 우리 대사관과 협력해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wshin@newsis.com, hey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