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전투원 나신 연행 동영상 공개
의료시설 공격 피해 급증…전염병 확산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스라엘군이 가자 전쟁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히는 가운데 가자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크게 악화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가자 지구 전역에서 250곳 이상을 타격했으며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에와 북부의 셰자이야 및 자발리야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고 밝혔다.
IDF의 공격으로 발생한 수만 명의 피난민들이 가자지구 이집트 접경으로 몰려들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지구의 의료 체계가 “재앙”에 빠져들고 있다고 밝혔다.
IDF 당국자들은 하마스가 항복하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속옷 차림으로 눈이 가려지고 손이 묶인 모습의 주민들을 연행하는 동영상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가자 주민들은 연행되는 사람들 가운데 하마스 전투원이 아닌 가족과 아들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연행 포로에 하마스 전투원 아닌 사람 포함”
IDF 총참모장인 헤르지 할레비 중장은 하누카 유대 명절 촛불 점화식에서 “하마스가 해체되고 있다는 조짐이며 더 강하게 밀어부쳐야 한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 전투원들에게 지도자들을 포기하라고 호소했다. 그는 녹화된 동영상에서 “전쟁은 이미 졌다. 신와르 지도자를 위해 목숨을 버리지 말라, 당장 항복하라”고 말했다. 야히아 신와르는 하마스 최고 사령관이다.
IDF가 공개한 하마스 전투원 납치 동영상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전쟁 포로를 발가벗겨 옮기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며 포로들 가운데 하마스 전투원이 아닌 사람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포로들을 발가벗기는 것은 무기와 폭발물 은닉을 막기 위한 조치이며 전투 의사가 없는 포로들은 석방될 것이라고 밝힌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공개된 동영상에 대해 크게 우려하며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IDF는 기소 없이 가자 주민들을 대거 구금해 왔으며 가족들은 몇 시간 만에 풀려난 사람도 있지만 실종된 사람도 있다고 밝힌다.
IDF는 최대 4만 명으로 추정되는 하마스 전투원 가운데 약 5000명과 대대 및 중대 지휘관의 절반이 사살됐다면서 다만 남부에 숨어있는 것으로 보이는 신와르 등 주요 지도자들은 아직 추적중이라고 밝혔다.
◆하마스 “협상 없이 인질 구하지 못할 것” 경고
하마스는 11일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이 “포로 교환과 협상 없이” 인질들을 가자에서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이 전투원 대부분 지하에 숨어 있는 하마스를 “제거”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비판이 제기돼 왔다. 특히 하마스가 여전히 137명의 인질을 붙잡고 있어서 어려움이 크다. 또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1만8000 명 이상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공격을 늦추라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주말 이스라엘이 가자 민간인 보호 조치를 강화하도록 촉구했다. 그는 “민간인 보호 노력이 있다고 보지만 그런 의지가 잘 보이지 않는 때가 많다”고 말하고 이스라엘이 구호품 전달을 늘리고 남부 지역 공격에 따른 대피 지역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동 지역 지도자들과 지원 단체들은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많은 사망자 발생과 인도주의 참상이 이스라엘의 군사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은 “이스라엘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에 증오를 키우고 있다. 미래 세대가 증오에 사로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 지도자들은 앞으로 6~8주 동안 치열한 전투가 예상된다고 밝힌다.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완충지대를 설치하고 정밀 폭격을 지속할 계획이다.
◆이스라엘 6~8주 공격 뒤 완충지대 만들고 정밀 공습 이어갈 듯
그러나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으로 난민들이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에 빠지면서 서방 및 인도주의 단체들로부터 비난이 커지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의료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공공 질서가 완전히 붕괴될 전망이며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다. 전염병이 돌고 이집트로 대규모 난민 유입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지난 10일 의료체계가 “무너졌다”면서 1500명의 부상자가 수술을 받은 WHO 지원 가자시티 알아흘리병원 근처에서 “대규모 폭격과 포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이 크게 파괴돼 산소 등 필수 의료품과 식수, 식량, 연료가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유엔인도주의지원사무국(OCHA)은 지난 주말 동안 의료시설 여러곳과 의료 인력 다수가 가자 지구 전체에서 공격당했으며 보건부 창고에서 병원 의료지원품을 나르던 인력 3명이 총에 맞았다고 밝혔다.
OCHA는 또 유러피언 가자 병원이 3일 연속 “거듭 폭격당했다”면서 병원 근처에서 앰뷸런스가 총격을 당해 구호 요원 2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라파의 쿠웨이트 병원 의사 살라 알자바리는 “피난민이 너무 많아 전염병이 걷잡을 수없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과밀한 남부에 이스라엘군이 주민들이 대피하도록 명령하면서 병원마다 소화기, 호흡기, 피부 질환과 요로 감염 및 설사 환자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북부에서 피난와 칸유니스 나세르 병원에서 몇 주 동안 지내온 함디 알붐바르디(68)은 부인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식수가 부족해 신장질환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그는 “하루 종일 물 구하는 게 가장 큰 일이라면서 물 구하는 건 기적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유엔은 계속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11일 케렘 샬롬 검문소를 추가로 개설했다고 밝혔다. 라파 검문소에 따르면 11일 100대의 트럭이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전쟁 전보다 크게 적은 수다.
네타냐후 총리실의 에이온 레비는 “이스라엘이 막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국제 구호 단체들이 “구호 물자 전달을 제때 하지 못하고 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유엔 대변인은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에도 구호품 전달을 늘리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의 줄이엣 투마는 “남부에 대한 폭격이 너무 심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주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휴전 결의 채택에 실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2일 다시 열려 구속력이 없는 결의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서안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 세력들이 가자 전쟁 중지를 촉구하는 총파업을 촉구하면서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았으며 전세계 각지에서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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