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가 없어요"…건설사 선별 수주에 리모델링 '난항'

기사등록 2023/12/08 06:00:00 최종수정 2023/12/08 06:31:29

원자잿값 상승·고금리 여파에 건설사 선별 수주

소규모·사업성 낮은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 난관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3.06.12.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시공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어요."

지난 7일 리모델링을 사업을 추진 중인 경기도 안양 평촌의 한 아파트 단지 관계자는 "아무리 찾아봐도 시공사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초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를 맡길 시공사 선정 입찰에 나섰는데, 입찰한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었다"며 "현재는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두고 입주민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 원자잿값 상승과 수익성 악화 등의 영향으로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 리모델링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 수도권 일부 알짜 리모델링 사업지에도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으면서 리모델링을 사업을 추진하던 조합이 해산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도시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풍남동 강변현대 리모델링 사업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으면서 조합해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에 나선 지 1년 6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5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다. 하지만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한 군데도 없었다.

또 경기도 군포시 산본8단지 설악아파트 리모델링 사업도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으면서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설악아파트는 지난해 7월 시공사 선정에 착수했다. 당시 쌍용건설, 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하면서 시공사 선정이 무산됐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형 건설사들이 도시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부동산 경기 위축돼 미분양 우려가 커졌고, 건설 원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증하면서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로 선회했다. 또 금리가 치솟으면서 수익성이 확실한 사업 위주로만 수주하면서 소규모나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는 리모델링사업이 외면을 받고 있다.

건설업계는 고금리과 원자잿값 상승으로 도시정비 사업 수주를 꺼리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호황기 때와 비슷한 수준의 시공 조건을 고집하는 조합의 요구를 수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합이 공사비 올리더라도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고,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가 당분간 이어지면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리모델링 단지들은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수주 경쟁을 벌이지 않고,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다"며 "원자잿값 급등과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사업성이 다소 떨어지는 정비사업은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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