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발의됐으나, 2년째 제정 안돼
8월 기재위 문턱 넘고 법사위 단계서 또 막혀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중국이 요소 수출을 통제하면서 '제2 요소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가 중장기 대책으로 마련했던 공급망 기본법이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발의됐으나 여타 법안들에 밀려 제정되지 못한 것이다. 2년새 중국에 대한 요소 의존도는 더욱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7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작년 10월 류성걸 의원이 발의한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은 국회 계류 중이다. 공급망 기본법은 국가 전반의 공급망 관리를 체계화하는 법이다. 정부 보증 채권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조성해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는 수입 기업들을 지원하고, 대통령 소속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공급망 기본법은 지난 2021년 11월 요소수를 겪으면서 필요성이 대두됐다. 당시 중국이 자국 내 석탄 부족이 예상되자 석탄으로 만들어지는 물질인 요소 수출 중단 조치를 단행했다. 비교적 양질에 값이 저렴한 중국산 요소에 의지해온 국내 기업들이 수급 차질을 빚으면서 '요소수 품귀대란'이 벌어졌다.
정부는 공급망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고자 작년 2월부터 '공급망 기본법' 준비를 시작해 같은 해 10월 발의했다. 속도전 차원에서 정부입법이 아닌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했다.
하지만 정작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단계에서는 법안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요소수 사태가 진정되자 공급망 기본법 관련 논의가 뒷전으로 밀린 탓이다. 공급망 컨트롤타워를 기재부가 맡는 것을 두고서도 여야 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공급망 기본법이 지지부진한 사이에 중국에 대한 요소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체 수입액의 약 71%를 차지하던 중국산 요소는 올해 약 91%까지 올랐다. 지난 2021년 하반기 국내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했던 때와 비교하면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셈이다.
구체적으로 농업·비료용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지만 차량·산업용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산업통상자원부 및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기준 농업용의 중국 의존도는 17.4%에 그치지만, 차량용은 대중 의존도가 90.2%에 달한다.
요소 수입 기업 대다수가 중소기업인 만큼 현실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쉽지 않다. 기업들에게 동남아산보다 가격이 10~15% 저렴하고 품질이 뛰어난 중국산 요소 수입을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급망을 전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있으니 민간이 자율적으로 중국을 벗어나서 공급망 다변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법적근거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급망 기본법은 지난 8월에 기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다음 단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파행하며 또 다시 벽에 부딪혔다.
정부는 공급망 기본법이 법사위와 본회의를 조속히 통과되도록 국회와 협의할 방침이다. 요소를 포함한 경제안보 품목에 대해 관련 입법을 토대로 수입 대체선 확충 등을 위한 근본적인 지원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공급망 기본법이 제정되면 공급망 기금 조성해 장기 저리 융자를 통해 공급망 다변화하는 등 기업 지원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게 없다"며 "2년 전과 같이 큰 혼란을 겪으면 어떤 식으로든 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지원할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ny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