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또 하나의 몸’은 오직 조각을 이어가려는 예술적 설정일 뿐, 더는 없습니다.”
'나무 조각가'로 알려진 김세일(65·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교수)은 "조각가로 누구나 얼굴도 손도 발도 그럴듯하게 만들지만 눈은 아무도 만들지 못한다"며 "왜 그런지 오래된 의문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번 작업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했다.
오랫동안 몸을 만들어 온 그는 학생 시절 투명한 구로 눈을 만들어 보려고 애쓰다가, 눈이 되려면 먼저 너무나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눈은 마음에 두고 그 배경이라도 만들자! 그렇게 시작한 게 목조의 수인(囚人) 작업들이고, 불가촉(untouchable)의 철사 작업들이며, 바람덩어리들이고, X-mass들입니다."
비물질로 여겼던 눈이 어쩌면 물질이 아닐까? 알 수 없는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는 또 하나의 몸이 아닐까?
"그냥 잡념에 불과할 질문에 붙잡히고 말았다"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 눈이 없는 채로 가늘게 서있는 몸들의 형상을 석고로 떠냈다.
'김세일, 또 하나의 몸'이 김종영미술관 초대전으로 마련됐다. 온전히 수작업에만 매진한 김세일의 40년 작품 여정을 소개한다. 초기 목조 작업을 거쳐 점차 스카치테이프와 철사, 석분 점토 등을 사용하여 적지 않은 변화가 있어 보인다.
오는 17일부터 미술관 신관 1,2,3 전시실에서 조각 33점, 부조 5점, 드로잉 1점을 선보인다.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즐거움이 배 있는 손 자국 가득한 작품들은 미적 감각을 자극한다. 전시는 2024년 1월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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